[컴퓨터] 부품 : '모래시계'는 없다! 속도경쟁 '후끈'

CPU(중앙처리장치)의 "기가" 시대가 개막됐다.

미국 AMD가 지난 3월 세계 최초로 1GHz짜리 CPU인 "애슬론"을 선보였다. 세계 최대 CPU업체인 인텔은 AMD보다 이틀 늦게 1GHz짜리 "윌라멧"을 선보인데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초당 15억비트의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새 펜티엄IV 칩을 발표했다.

세계 최대의 컴퓨터 제조업체인 IBM도 올해말 1GHz급 CPU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멀지않아 기가헤르츠급 CPU가 일반화될 전망이다.

초당 10억개의 명령어를 처리할 수 있는 1GHz급 CPU 시대가 열림에 따라 1~2년 안에 1GHz급 컴퓨터가 주종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기가헤르츠급 CPU는 인터넷서버용으로 주로 사용되며 동영상과 음성 등 용량이 큰 데이터를 처리하는 분야에서도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에는 국내에서도 1GHz급 CPU를 장착한 PC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1GHz CPU는 현재까지 가장 빠른 모델인 8백MHz에 비해 정보처리 속도가 두배 이상 빠르다. 인텔 펜티엄의 8백MHz는 1초에 8억개의 명령어를 처리할 수 있으나 1GHz급 CPU를 장착한 AMD의 신 애슬론이 64비트 연산을 할 수 있어 실제 속도가 두배이상 차이나는 것이다.

이번에 AMD가 선보인 1GHz CPU의 가격은 9백달러대로 8백50달러 수준인 8백MHz CPU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AMD가 인텔의 경쟁 상대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8월 7세대 CPU인 "애슬론"을 출시했을 때다. 당시 7백50MHz였던 애슬론은 7백MHz에 그친 인텔의 펜티엄III를 처음으로 앞질렀으며 이후 인텔과 AMD는 치열한 속도 경쟁을 벌여왔다.

8백MHz CPU는 인텔이,8백50MHz는 AMD가 먼저 선보이는 등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였다.

최근 시장 점유율을 보면 AMD가 선전하면서 꾸준히 점유율을 높여 미국에서 30%,북유럽에서 6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AMD는 1GHz급 제품을 가장 먼저 선보임으로써 인텔이 저가 모델 "셀러론"을 내놓기 전인 지난 1998년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시 AMD는 펜티엄보다 속도가 빠른 제품을 잇따라 내놓아 시장 점유율을 25% 이상으로 높였다.

하지만 지난해 인텔이 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해 AMD가 인텔의 아성에 도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증명했다.

인텔은 펜티엄III 9백33MHz CPU를 출시했으며 AMD는 애슬론 1GHz와 9백50.9백MHz 등의 제품을 내놓았다.

업계는 1GHz 이상의 CPU 개발이 현재 주종을 이루는 6백~7백MHz CPU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이런 경고에도 불구하고 선발업체들간의 끝이 보이지 않는 속도 경쟁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재길 기자 musoyu9@ 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