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국악원 책임경영제

우리 만큼 국악을 홀대해 온 나라도 없다.

어릴때부터 서양음악만 배우고 듣고 자라온 것이 우리들이다.실제로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교육대의 음악교과과정중 국악 비중은 대부분 20% 내에 그치고 있다.

사범대는 교육대보다 훨씬 더 낮다.

국악 홀대는 대중의 총아인 TV를 보면 그대로 드러난다.국악을 제일 비중있게 다룬다는 KBS가 주당 기본방송시간 6천3백35분중 고작 0.9%만을 국악에 할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국악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며 지금 만큼이라도 발전해 온 것은 ''우리 것은 소중한 것''이라는 명분이었는지,구색맞추기이었는지는 몰라도 국가지원의 덕이다.

역사적으로도 신라의 음성서,고려의 대악서,조선의 장악원,이왕직 아악부로 이어지는 국악원의 전신은 모두 국립기관이었다.초중등 음악교과서의 국악비중이 2005년부터 50%로 양악과 같아지고 국악FM방송국 개국 준비로 희망에 부풀어있던 국악계가 국악원을 독립경영의 책임운영제로 지정한다는 입법예고가 나오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중적 기반이 취약해 재정자립도가 1.6%에 불과한 국악원을 시장경제논리에 맡기는 건 국악을 고사시키려는 처사라는 주장이다.

운영의 자율성을 높여 성과를 극대화시키려는 정부의 책임운영기관 설치 취지는 이해되지만 국악원이 과연 책임운영이 가능한 기관인지는 의문이다.전통음악의 보존과 전승이라는 기본 목적을 바꾸지 않는한 경영실패는 예상되는 일이다.

어차피 손실부분을 국가가 보충해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정악이 움츠러들고 민속악이 활기를 띠는 판국에 국악원까지 영리목적에 나서면 순수전통예술은 설 곳이 없어진다.

문화재의 보존 수집 전시가 주목적인 국립박물관을 책임경영기관이 되라는 것이나 같은 발상이다.

국립음악기관이라는 권위만 믿고 국가지원에만 의지해 온 국악인들도 반성해야 할 일은 많다.

하지만 중앙보급창 항공기상대와 국악원은 기본성격이 다르다.어렵게 맥을 이어가고 있는 국악을 다시 시들게 해서는 안된다.

탄력적 문화정책 운용이 아쉬운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