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경제팀 정책 촉각] 금융정책 이상기류

새 경제팀의 금융정책 기류가 심상치 않다.

전 경제팀과는 감과 농도가 다른 얘기들이 흘러 나와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 내정자가 아직 취임도 하지 않았고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은 속 뜻을 다 내비치지 않아 새 팀의 금융정책방향을 정확히 읽어내기는 아직 빠르다.

그러나 진 장관의 기자간담회나 정부 관계자들 스스로의 반응을 볼때 전 경제팀이 보여줬던 속도와 방향은 다소 달라질 전망이다.

진념 재정경제부 장관이 7일 밝힌 "예금보호한도 상향조정 검토"와 "부실금융기관 금융지주회사 통합제외"발언이 우선 주목을 받고 있다.시장에서는 진의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진 장관은 "예금부분보장제는 가야할 방향이나 현행대로 가야할지는 좀 더 검토해 볼 것"이라며 "검토대상엔 예금보장한도를 상향조정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또 "부실금융기관을 금융지주회사로 묶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성적이 괜찮고 발전성 있는 금융기관을 지주회사로 통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이는 이헌재 전임 장관이 추진했던 정책과는 다른 것이다.

이 전임 장관은 "1인당 2천만원이란 예금부분보장제엔 변화가 있을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었다.

지난 7월 금융노조파업시 노조와 "예금부분보장제는 예정대로 시행하되 시행전에 금융시장 안정여부,금융기관간 자금이동 등을 검토한다"고 합의했지만 "예금이 급격히 이동해 금융시장 안정이 위협받는 천재지변 사태가 아닌 한 원칙대로 간다"는 게 기본입장이었다.진 장관은 취임 첫날 이를 뒤집을수 있다는 발언을 한 것이다.

금융지주회사제도 마찬가지다.

이 전임장관이 금융지주회사제를 도입하려 한 것은 부실금융기관을 그 밑으로 통합해 막대한 돈이 요구되는 전산투자비를 줄이고 시너지효과도 거두기 위한 것이었다.

한빛 조흥 외환 등 공적자금 투입은행 정상화 수단으로 지주회사를 염두에 뒀었다.

진 장관은 부실금융기관을 지주회사로 묶는 덴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전임 경제팀과 부실금융기관 정리 방법에 대해 다른 인상을 풍겼다.

신임 경제팀의 이같은 시각은 경제장관 중에 금융전문가가 없다는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금융정책의 큰 줄기를 잡을 수 있는 식견과 경험이 부족한 장관들로 경제팀이 짜여진 게 사실이다.

재경부는 진 장관 발언이 문제가 되자 기자간담회 직후 서둘러 해명자료를 내놨다.

예금보장한도 상향조정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모든 사항을 점검하는 것이며 여기엔 보장한도를 상향조정하는 문제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불량은행 지주회사 편입을 반대한다는 뜻은 불량은행이 클린화(부실채권매각) 작업을 거치지 않고 직접 지주회사로 편입되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한 은행 임원은 "재경부 장관의 말 한마디는 금융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며 "예금보호한도 상향조정과 부실금융기관 지주회사 제외를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은 성급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금융감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금융시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