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미국과 북한의 '함 교환'

조명록 북한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김정일의 ''함 지기''다.

그가 지고 있는 함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에 워싱턴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선물이 보잘것 없으면 홀대받을 수도 있다.

반면에 너무 큰 선물을 풀어놨다가 상응하는 환송선물을 챙기지 못하면 집에 돌아가기가 상당히 부담스럽다.

그러니 조 부위원장만큼 많은 부담을 안고 있는 사람도 드물다.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쌀과 현금이다.

경제를 살려보려니까 테러지원국이라는 딱지가 무척이나 거추장스럽다.

때맞춰 미국과 북한은 지난주 "모든 테러에 반대한다"고 공동발표했다.하지만 미의회를 주도하고 있는 공화당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이다.

선언적 발표 하나로 그동안 쌓여온 불신이 해소되리라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더욱이 적군파문제에 대해 북한이 경직된 자세를 보이는 한 테러지원국해제는 요원한 일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분석이다.조 부위원장은 김정일의 특사다.

친서까지 가져온 특사를 빈손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다.

미국도 부담을 느끼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행정부 능력밖''의 선물을 쥐어 줄 수도 없다.

테러지원국 해제문제도 요원한 마당에 가시적 관계정상화를 논한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결국 미국이 현시점에서 내놓을 수 있는 선물은 ''보다 진전된 관계개선 시간표''를 제시하는 것 뿐이라고 이곳 외교가에서는 보고 있다.

조특사와 클린턴이 악수하는 사진을 내놓는 것을 큰 선물로 꼽아보는 정도로 미국의 선물창고는 빈약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조특사가 지고 있는 함속에 ''미사일포기''라는 카드가 들어 있으면 어떻게 될까.

조명록은 이 문제를 직접관장하는 실세다.

북한은 미사일포기로 매년 10억달러의 수출손실이 있으니 이를 보전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북한의 이같은 수출손실액은 부풀려진 숫자라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하지만 ''적절한 수준의 현금보상''과 ''쌀원조 정기화''라는 선물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게 이곳의 평가이기도 하다.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www.bjGlob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