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먹는 "래핑 푸드"...세계인 식탁 점령 .. 밀가루 하나면 OK

싸 먹는 음식(wrapping food)만큼 융통성있는 음식도 별로 없다.

포장재와 내용물이 서로 어우러져 제각기 고유한 맛을 내는 래핑 푸드는 재료와 모양만 약간씩 다를 뿐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우리 음식을 보면 손바닥만한 밀전병에 아홉 가지 재료를 넣어 도르르 말아 먹는 구절판(요즘은 무를 초 절임하여 얇게 통으로 썰어 각종 야채를 넣고 말아서 겨자소스를 곁들여 먹기도 한다),상추며 깻잎 등 푸른 야채에 밥을 얹고 쌈장을 묻혀 싸먹는 생야채 쌈,호박잎 등을 쪄서 먹는 숙쌈 등이 있다.

채친 파를 넣고 김밥처럼 말아먹는 쇠고기 편채,이름에서 연상되듯 넓은 배춧잎을 보자기 삼아 김치 한 덩어리를 싸서 익혀 먹는 보쌈김치도 있다.

이 음식들을 보면 내용물을 싸안는 재료가 지녀야 할 필수 요건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손바닥만큼 펴지는 정도의 크기,내용물을 싸는데 부러지지 않을 만큼의 부드러움,내용물의 맛을 이기지 않을 정도로 은은한 맛과 향.다른 나라의 싸 먹는 음식들의 싸는 재료 중 대부분이 밀가루인 것도 그 이유에서다.

미식가의 나라라고 하는 프랑스 음식 중에도 밀전병과 그리 다르지 않은 크레이프(crepe)라는 음식이 있다.

치즈 베이컨 설탕 초콜릿 각종 과일 등을 넣고 크게 두 번을 접어 손에 들고 먹는 대중적인 음식이다. "실크와 같이"라는 뜻의 크레이프는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지 않고 얇게 부치되 가늘게 잔주름이 가도록 구워내는 것이 특징으로 안에 무엇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식사가 되기도 하고,간식이 되기도 하는 음식이다.

또 길거리에서 파는 크레이프는 설탕만 넣은 1프랑짜리 크레이프부터 영국 황태자의 사랑을 받았다는 크레이프 수제트라는 고급 까지 다양하다.

지난 90년대 초반에 크레이프 전문점이 프랜차이즈로 유행한 적이 있었으나 요즘은 특급 호텔의 카페테리아나 마르쉐에서 맛볼 수 있다. 인도의 난(naan)도 역시 밀가루로 만든 빵에 내용물을 넣어 싸먹는 음식이다.

밀가루를 주로 생산하는 서북 인도 쪽에서 밀가루에 물과 소금만 넣고 세모 모양으로 만들어 탄두르에 구워 먹는 인도의 주식이다.

여기에 커리 가루로 노랗게 물들인 밥,다진 캐슈너트.양파.감자.토마토,닭 간 것을 넣고 커리 가루와 섞고 소스도 만들어 밥 위에 뿌린 뒤 난 위에 얹어가며 먹으면 된다.

싸먹는 음식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멕시코의 토티야(Tortilla).

물에 불린 옥수수를 으깬 "마사"를 동그란 모양으로 얇게 늘여서 구운 토티야에 야채나 고기 등 좋아하는 재료를 싸 먹는다.

이 토티야를 기름에 튀겨 야채나 닭고기 치즈 해산물 등을 넣어 먹는 타코(Taco) 역시 유명한 멕시코 음식.

생토마토 양파 마늘 풋고추 코리앤더 등으로 만든 매운 소스인 "살사 멕시카나"(Salsa Mexicana) 또는 핫소스를 기호에 맞게 끼얹어 먹으면 매콤하게 즐길 수 있다.

칠리스(Chillis)나 티지아이 프라이데이즈(T.G.I.Fridays)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으로 샐러드에 곁들여 먹기도 한다.

클레오파트라와 시저를 위해 터키 남부에서 움푹 패인 돌에 고기를 매달고 돌려 숯불에 익혀 만든 것이 음식의 기원이라는 터키의 케밥(Kebab) 역시 피타(Pita)라는 빵에 각종 야채와 고기를 넣고 둘둘 말아 먹는 음식이다.

쇠고기 양고기를 비롯해 재료와 조리법이 다양해 2백여 가지 넘는 종류를 갖고 있는 케밥은 유럽에서 기로스(Gyros)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고,우리 나라에도 이 이름으로 소개된 적이 있다.

또한 그리스의 토속 음식 중에는 이 케밥을 피타 빵에 싸서 그릴에 구운 스부라키아도 유명하다.

나라 별로 유명한 래핑 푸드를 소개했지만 실제로 래핑 푸드만큼 종류가 다양한 음식도 찾기 어렵다. 싸서 안을 수 있는 재료는 무엇이든지,싸서 안길 수 있는 재료는 무엇이든 래핑 푸드의 재료가 되므로 만드는 이의 기호와 창작 의욕에 따라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는 게 래핑 푸드이기 때문이다.

신혜연 (월간 데코 휘가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