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국감현장] 공공기관은 개혁 사각지대?..거액연봉.낙하산 인사

국정감사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정부 산하기관 등의 방만한 경영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부 공공기관들은 임직원에게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거액의 봉급과 각종 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명예퇴직금을 챙긴 공공기관 간부가 곧바로 산하기관에 재취업하는 등 ''무늬만 구조조정''을 추진한 사례도 나왔다.

◆ 거액 연봉 =한나라당 김영춘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 국정감사에서 한국통신 사장의 올 연봉이 성과급 포함, 최대 4억2천만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기본급 1억6천8백만원에 성과급 2억5천2백만원을 더해 4억2천만원에 달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이틀 후인 26일 재경위 국감에서도 수출입은행장의 연봉이 문제가 됐다.

지난 8월26일 이사회에서 은행장의 기본 연봉을 1억1천1백만원에서 2억1천1백만원으로 1억원 인상한 데다 성과급도 최대 50% 지급키로 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경우 수출입은행장의 연봉은 사실상 3억원이 넘게 된다.한나라당 나오연 의원은 "두차례에 걸친 구조조정을 통해 1백31명의 인원을 감축하면서 행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연봉은 최고 3배 가까이 올렸다"고 질타했다.

◆ 파격적인 복지혜택 =문화관광위 소속 한나라당 김일윤 의원은 26일 마사회가 6백45명의 임직원에게 총 1백74억원의 주택자금을 무이자 또는 초저리로 대출했다고 폭로했다.

자민련 정진석 의원도 이 자리에서 "마사회가 지난해 하복 및 동복값으로 수십억원을 썼다"며 "남아도는 예산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허울뿐인 구조조정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민주당 정장선 의원은 "농협중앙회 전 본부장이 퇴직금 2억5천만원, 명퇴금 6천7백만원을 챙긴 후 자회사인 남해화학에 연봉 7천7백만원을 받는 상무이사로 다시 임용됐다"며 불합리한 구조조정을 꼬집었다.

국회 건교위 소속 민주당 이윤수 의원도 도로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민영화된 1백45개 외주 영업소 사장 전원이 도로공사 전 직원이었다며 유명무실한 민영화 작업에 일침을 가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