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금융감독 실험' 이제는 끝내야..강만수 <이사장>

강만수

금융감독원의 간부가 관련되고 정·관계와의 커넥션까지 제기되고 있는 동방·대신상호신용금고의 불법대출과 금융감독원에 대한 로비의혹사건 ''정현준 게이트''는 한주가 넘게 시끄럽다.국민의 불신은 깊어져 감독체계의 개편까지 거론되고 있고,금년내 끝내려던 금융 구조조정업무도 타격을 받게 됐다.

은행·증권·보험과 비은행금융기관의 감독을 포괄적으로 담당하는 현재의 통합된 금융감독기구는 지난 97년 한보철강사건이 발단이 돼 추진되다가 IMF 정책 프로그램의 하나로 98년에 설립된 것이다.

한보철강 부도 당시 60개가 넘는 금융기관이 한보에 과도하게 대출을 했지만,금융기관간 정보교환과 통합된 감독이 없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IMF도 통합감독기구의 설립을 권고해 재정경제원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에 흩어져 있던 금융감독업무를 통합하게 된 것이다.

미국도 주가가 사상 최대로 폭락한 87년 10월19일의 ''블랙 먼데이''에 대한 조사보고서에서 통합금융감독청의 설립을 레이건 대통령에게 건의한 후 꾸준히 논의돼 왔다.

일본에서는 97년 금융구조개혁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모든 금융감독업무를 통합한 ''금융감독청''을 설립하게 된 것이 자극제가 됐다.근대 국가는 헌법에서 민간인이 민간인을 규제하거나 처벌하는 봉건시대의 ''사형(私刑)제도''를 금지했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 행정체제가 미비한 과도기에 은행의 감독업무가 무자본 특수법인인 한국은행의 검사부에 맡겨졌는데 이것이 은행감독원으로 확대 개편됐다.

그 후 같은 무자본 특수법인인 증권감독원과 보험감독원이 설립되면서 감독체계의 개편을 더욱 어렵게 만든 결과가 됐고,노동조합이 있는 민간기구로 된 감독체계를 유지해 오게 된 것이다.헌법과 상치되고,다른 나라에는 예도 없는 민간금융감독기구를 행정관청으로 개편하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지만 오랫동안 은행감독업무를 맡아온 한국은행이 자기의 권한같이 생각해 반대함에 따라 무산돼 오다가 지금은 불완전하지만 부분적으로 바로잡게 됐다.

통합 금융감독기관으로서 행정관청인 ''금융감독청''을 만드는 게 당초의 구상이었지만,일시에 행정관청인 금융감독청으로 통합하게 되면 급여가 공무원 수준으로 대폭 삭감되기 때문에 임직원과 노조의 반대가 강했다.

그래서 인가취소 임원징계 등 ''행정처분''이라는 공권력을 행사하는 합의제 행정관청인 ''금융감독위원회'' 및 검사와 확인이라는 ''사실행위''를 하는 민간기구인 특수법인''금융감독원''이라는 어정쩡한 체제가 성립된 것이다.

더구나 당초 재정경제부 밑에 설치하려던 금융감독위원회도 공룡같이 권한이 비대하다고 비난받던 재정경제원이 또 권한을 확대하려 한다는 오해 때문에 국무총리 밑으로 두게 됐다.

새 정부 들어서 예산업무도 떨어져 나가 재정경제부는 경제정책에 대한 주요 권한은 하나도 없이 형해만 남게 됐다.

공권력의 행사는 엄정한 기강과 투철한 사명감 및 강한 책임의식을 갖춘 행정관청이 맡아야한다.

그런데 특수법인 형태의 민간기관에 공권력 행사를 맡긴 건 잘못된 역사적 산물이고 지금과 같은 이중적 감독체계는 과도기적인 것이다.

당초 ''금융감독기구의 설립 등에 관한 법률''부칙에 3년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쳐 재정경제부 산하에 국세청과 같은 성격의 ''금융감독청'' 설립을 명문화하려 했다.

그러나 재정경제원이 부처이기주의로 몰려 통합감독기구의 설립자체도 무산될 것이 우려돼 ''금융감독청''의 설립은 다음 정부에 넘기기로 한 것이다.부실기업에 대한 대출을 규제하고 부실금융기관을 퇴출시켜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감독해야 할 기관이 부실기업에 대한 협조융자를 권유하고 있는 ''민도 아니고 관도 아닌'' 어정쩡하고 과도적인 ''반관반민''의 금융감독체계 실험은 이제 끝내고 행정관청인 ''금융감독청''으로 개편해야 한다.

국세청의 예와 같이 법령개정 구조조정 설립인허가 등 주요정책은 재정경제부가 맡고,금융감독청은 재정경제부 장관의 지휘 아래 건전성 감독에 전념하도록 해야 효율적인 감독을 할 수 있고 재정경제부도 경제정책의 중심부서로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