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통신] 안개낀 날의 '굿 플레이어'

얼마 전 나의 가장 무서운 천적(?)인 안개가 낀 날 새벽에 라운드를 한 적이 있습니다.

캐디들은 안개가 꼈을 때 이런 손님이 정말 좋답니다.그래서 ''이런 손님,정말 좋아! 베스트5''를 뽑아봤어요.

5위는 "얘들아 안개가 많이 꼈으니까,주머니에 볼 두 개씩 갖고 다녀라"하시면서 주머니가 터져라 볼을 챙기시는 분.

고맙고 귀엽기도 해 안아주고 싶은 손님이죠.4위.

파5홀이건 파3홀이건 간에 티샷만 하고 나면 세컨드,서드샷에다 어프로치샷을 할 클럽까지 모조리 챙겨가시는 분.

심지어 퍼터까지 들고 가시는 분들도 있답니다.이런 분들은 특등손님으로 기억돼 캐디수첩에 기록됩니다.

헤헤.

3위.어프로치샷이 커 그린을 오버한 볼을 발로 톡톡 차 그린으로 올려주며 진행시간을 단축시켜 주시는 손님.

서로 쳐다보면서 알 수 없는 음흉한 미소를 주고 받습니다.

흐흐흐.

아무 것도 모르고 어프로치하신 분은 ''나이스 온''이라는 말에 우쭐해집니다.

그래도 발로 볼을 건드리는 행위는 자주 하지 맙시다.

왜냐하면 아주 신속하고 재빠른 몸놀림과 뛰어난 연기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하나라도 완벽하지 않으면 당사자는 상상을 초월하는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흠흠.

2위.

나보다 더 바쁜 손님.

볼을 치러 오셨는지 아니면 내 대신 일을 해주러 오셨는지,누가 캐디인지 모를 정도로 열의를 다해 동반자들의 볼을 봐주고 방향을 체크해 줍니다.

그린 위에 올라갈 때면 4개의 퍼터를 다 들고 가고.

그럴 땐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난 뭐야.여기 왜 있는 거지?''

나중에 그 손님 온라인 계좌번호를 적어서 캐디피의 반을 뚝 떼어 보내 드려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한답니다.

그럼,과연 1위는 무엇일까요.

짠 짜짜짠.

1위는 역시 잘 치시는 분이죠.

안개라는 무시무시한 천재지변에도 불구하고 제가 말한 방향대로,정확하게 볼을 홀에 붙여 스코어 카드에 동그라미를 많이 그릴 수 있게 해주시는 분이 최고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잘 치는 사람만 좋아하는 건 아니랍니다.

우리 골프장에 이런 격언이 있죠.

''볼 못 치는 사람은 용서해도 매너 없는 사람은 용서 못한다'' 사실 매너만 좋으면 제일 좋은 손님입니다.

골프스카이닷컴 제공(www.golfsk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