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반쪽'만 남은 의약분업

의약분업이 ''반쪽 분업''이 될 위기다.

약사법 개정안을 논의중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원회가 모든 주사제를 의약분업 대상에서 제외시키기로 했기 때문이다.이로인해 ''항생제와 주사제 오남용 방지''라는 의약분업 본래의 취지는 절반만 남게 됐다.

진료비 등 의료비만 잔뜩 올려놓고 절반은 옛날로 되돌아간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의약분업 이전에 56.6%였던 주사제 처방 환자의 비율은 의약분업 이후에도 54.7%로 밖에 줄어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주사제 사용을 병·의원 자율에 맡겨 버렸으니 환자들은 어지간하면 주사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주사제를 의약분업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데는 의료계 조차도 반대했었다.

처방료와 조제료 등으로 수입이 채워지기 때문에 굳이 주사약을 병·의원에서 직접 다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국회의 결정을 환영한 사람은 오직 최선정 보건복지부 장관 뿐이었다.

최 장관은 "복지부 차관 시절부터 가졌던 소신이 관철됐다"며 반겼다.복지부는 ''환자들의 편의''를 내세운다.

환자들이 병원에서 주사제 처방전을 받은 뒤 약국에서 주사약을 사 다시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이 해소됐다는 것이다.

사실 환자들이 편해지기는 했다.

그러나 ''환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어 주사제를 피하도록 유도한다''던 종래의 설명은 ''거짓말''이 돼버렸다.

복지부가 주사제를 의약분업 대상에서 빼기 위해 안간힘을 쓴 실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의료보험 재정 때문이다.

주사제 처방료와 조제료로 연간 4천7백억원이 나가는데 이를 없애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정작 주사제 처방료와 조제료를 대폭 올린 것은 다름아닌 복지부였다.

의약분업에 반발하는 의료계를 달래기 위해 최 장관이 부임하자마자 쓴 ''선심''이었다.

결국 무분별한 선심으로 의보재정을 악화시킨 정부가 이제 그 부담을 국민들에게 전가시킨 꼴이 됐다.저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상황을 꼬이게 만든 복지부의 ''오락가락 행정''에 국민들의 엉덩이만 시퍼렇게 멍들게 생겼다.

김도경 사회부 기자 infof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