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외국인주주 '발끈'.."주주엔 쥐꼬리 배당.계열사엔 거액지원"

한 외국계 기관투자가가 태광산업에 고배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기관투자가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계열사 부당 지원 및 저배당과 관련해 주주대표 소송도 불사할 방침이다.태광산업은 이에대해 무리한 배당요구라며 대응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3일 한누리 법무법인에 따르면 홍콩계 기관투자가인 오버룩 인베스트먼트(Overlook Investment)는 지난 1일 태광산업에 주당 3만원의 현금배당과 1백%의 주식배당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

외국인이 고배당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낸 것은 증시 개방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국내 법률 대리인인 한누리 법무법인의 김주영 변호사는 "태광산업 대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독점하면서 일반주주에게는 쥐꼬리 배당을 실시했으나 퇴출 위기에 몰린 계열사에는 대규모 부당 지원에 나서 주주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버룩 인베스트먼트는 태광산업이 고배당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계열사 부당 지원과 저배당에 대해 주주대표 소송을 통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현행 증권거래법상 주주대표 소송은 0.01%의 지분만 있으면 가능하다.오버룩 인베스트먼트는 현재 태광산업 총 발행주식의 약 3%인 3만2천3백30주를 보유하고 있어 소송 제기에는 큰 문제가 없다.

오버룩 인베스트먼트는 지난 93년부터 약 8년간 태광산업에 투자해 왔으며 매입한 주식을 한번도 판 적이 없는 장기투자자다.

지난 1월 초에는 태광산업에 계열사와 거래한 장부 및 서류 열람을 요구,성사시킨 적도 있다.한누리측은 이번 주주제안에 대해 광범위한 지지를 얻어 고배당 요구를 관철시킨다는 차원에서 국내 소액투자자들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아 표대결에 들어갈 예정이다.

오버룩 인베스트먼트가 고배당을 요구하며 강력한 주주 행동에 나선 배경은 이렇다.

태광산업은 지난 99년 당기순이익이 1천3백83억원에 달했지만 전체배당금은 16억원(주당 1천7백50원,시가 기준 0.43%)에 불과했다는 것.1천4백4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98년에도 배당금은 겨우 14억원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반면 태광산업은 지난해 10월 말 계열사인 흥국생명에 1백억원의 후순위 대출을 한 데 이어 11월에는 흥국생명 소유 신문로 사옥을 장부가보다 1천억원 비싼 2천5백30억원에 경쟁입찰 과정도 거치지 않고 매입해 주었다는 것이다.

주주들에게는 쥐꼬리만큼 배당해주고 태광산업의 대주주가 소유하고 있는 흥국생명에는 시가총액보다 훨씬 많은 돈을 퍼부었다는 주장이다.태광산업은 이와 관련,"고문 변호인인 광장 법무법인이 이번 주주제안의 타당성에 대한 자문결과를 다음주 초께 내놓을 것"이라며 "이후 올해 배당 규모 등 대응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