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유해 사이트 .. 오경수 <시큐아이닷컴 대표이사>

오경수

폭력 음란물 등을 인터넷에 올려놓은 유해 사이트들이 사회 문제화되고 있다.가치관이 성숙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호기심으로 유해 음란 사이트에 접속하는 일이 많아지고 자살 사이트를 보고 모방 자살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국내에 확인된 유해 사이트만 20여만건이 넘는다고 한다.

유해 사이트들은 인터넷문화의 음지이자 마약 같은 존재다.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는 더욱 해가 크다.

초등학생 부모 2천8백6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음란물 사이트 때문에 아이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이 불안하다''는 응답이 전체의 52.9%를 차지했다.

한 주부는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이 e메일을 통해 음란물을 보는 것을 안 뒤 ''학부모 정보감시단''에 가입했다.''사이버 건강지킴이''로서 유해 사이트를 감시하고 건전 사이트를 권장하는 일에 적극 가담한 것이다.

또 서울 압구정동의 한 PC방 주인은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을 생각해 고등학교 이하 청소년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고 한다.

40여개 시민단체들도 ''좋은 온라인문화를 만드는 모임''을 만들 계획이다.경찰청에선 유해 사이트 단속과 함께 종합적인 보완대책을 마련중이다.

정보보안업체들도 유해 사이트 차단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포하는 등 청소년들을 유해 사이트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유해 사이트 접속 차단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사이트들이 유행하게 된 이유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방적인 차단이나 규제는 더 많은 유해 사이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자살이나 폭력 음란 사이트들은 어른들의 잘못된 가치관과 언행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어른들은 잘못된 ''문화''를 만들어내면서 청소년들에게 ''나쁜 것이니 멀리하라''는 일방적인 요구를 할 수 없다.

잘못된 문화를 바로잡으려는 사회 전체의 시도가 있을 때 유해 사이트 차단 노력이 결실을 맺을 것이다.앞으로 사이버공간은 더 확대될 것이다.

''PC 거실에 놓기''운동을 하지 않아도 안심할 수 있는 인터넷문화가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