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IT 대해부] '中 IT시장' 개척나선 한국인들

지난해 말 베이징(北京)의 정보기술단지인 중관춘(中關村) 근처 국제우의(國際友誼)호텔에서 한 송년모임이 열렸다.

베이징주재 한국 정보기술(IT) 인력들이 참가한 "한국IT의 밤"이 그 것. 1백20여명의 젊은이들이 2백평 남짓의 홀을 가득 메웠다.

이날 발족된 한국IT클럽의 전병덕(소프트웨어진흥원 산하 한국IT발전센터 소장) 회장은 "중국에 나와 있는 우리나라 IT 인재들간 휴먼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취지의 모임이었다"고 말했다.

척박한 중국 IT시장 개척을 위해 젊은 한국 IT인들이 손을 잡고 뛰고 있다.중관춘 하이룽(海龍)빌딩은 그들이 웅지를 키우는 곳.

이곳에 자리잡은 한컴은 최근 중국 워드시장 공략을 위한 거보를 내디뎠다.

중어판 아래아한글워드인 ''원제(文杰)''를 출시했던 것.중국 최대 소프트웨어 유통업체인 렌방(聯邦) 등 5개 판매점을 통해 이달초 2천장을 뿌렸다.

윤창호 한컴 베이징지사장은 "아직 판매 초기라 어느 정도 시장을 파고들지는 미지수"라며 "그러나 중관춘 상가를 중심으로 초기 반응을 조사한 결과 나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워드시장 공세를 막아냈던 한컴이 중국에서 또다시 MS와의 일전을 벼르고 있다.삼성전자 출신 박정오 IT마이더스 사장은 중국내 IT제품 유통망 구축을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중국내 온라인-오프라인 유통망을 건설하는게 그의 꿈.

지난해 홍콩 투자가로부터 3백만달러를 유치했다.

박 사장은 "중국 주요 도시에 55개 유통망을 구축했다"며 "우리나라 IT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제품을 팔 수 있도록 유통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털인 KTB네트워크가 최근 베이징에 사무소를 낸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

중국에 보다 가깝게 다가가 시장을 연구하자는게 사무소 개설 취지다.

세미나 참석차 최근 베이징을 방문한 권성문 사장은 "관련 IT업체들과 중국 시장전략을 함께 짜보고 싶다"고 말했다.

중국시장에 일찍 들어와 착실하게 시장을 다져가고 있는 대기업들은 벤처기업들에 희망을 준다.

모니터 분야는 대표적인 성공사례.

삼성과 LG는 중국에서 모니터를 생산 판매해 중국 모니터시장의 거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두 회사는 작년 모두 1백60만여대의 모니터를 팔았다.

지금 하이룽빌딩 바이나오후이(百腦匯) 등 베이징 컴퓨터상가에서 최고 인기모니터는 단연 한국브랜드다.

벤처1호 삼보컴퓨터는 선양(瀋陽)에 공장을 차려 놓고 중원을 향해 남진할 태세다.

삼성전자는 에니콜 핸드폰을 내세워 중국 통신시장을 노리고 있다.

애니콜은 중국 이동통신단말기시장의 5.4%를 차지하며 약진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시장이 만만한 것은 아니다.

어설픈 전략으로 중국시장에 발을 들여 놓는 기업에는 반드시 실패의 쓰라림을 안겨 준다.

많은 기업들이 중국 특유의 법규나 상거래 관행, 조세정책 등에 말려들어 보따리를 싸기도 한다.

베이징에서 PC방 사업을 하던 L회사는 대표적인 케이스다.

최근 이 회사 PC방에 중국경찰이 들이닥쳤다.

경찰들은 아무런 경고도 없이 30여대의 PC를 뜯어갔다.

PC방(왕바.網巴)에서는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한 중국 법률을 어겼다는게 이유였다.

L사는 중국 법을 이해하지 못했던 탓에 퇴출될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가하면 중국시장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철저한 준비 없이 돈을 투자해 실패한 사례도 적지 않다.

인터넷 광고업체인 P씨는 작년 여름 중국에서 사업을 시작했으나 지난달 투자금 5억원을 포기하고 사업을 접었다.

P사장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인터넷 이용자 수치가 곧 돈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베이징의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IT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인 그림을 그릴 때가 왔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에게는 아직 중국진출을 가이드해 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컨설팅업체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에는 실리콘밸리출신 IT 인력들이 부지기수다.

이들은 우리보다 앞선 벤처문화를 중국에 가꾸고 있다.중국은 결코 쉽게 성공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얘기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