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현정의 '패션읽기'] '밀리터리 룩' 국내서도 인기끌까

지금 전세계 패션가에는 밀리터리룩(military-look) 열풍이 불고 있다.

크리스찬디올 구치 루이비통 등 유명 브랜드들은 올 봄 컬렉션에 앞다퉈 밀리터리룩을 선보였다.카키색,어깨 견장,뚜껑 달린 커다란 주머니,금장식 단추,군대식 벨트 등 군복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디자인을 무대에 올렸다.

특히 개구리 무늬로 불리는 카무플라주(Camouflage·위장이라는 뜻) 프린트는 안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다.

원피스 하이힐 가방 비키니수영복 침대보 화장지까지 얼룩덜룩한 카무플라주로 뒤덮였다.밀리터리룩이 유행의 전면에 부상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지난 80여년동안 밀리터리룩은 끊임없이 등장,유행의 중심에 서왔다.

하지만 이것은 서구의 얘기다.한국 패션시장에서는 그리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유행에 즉각 반응해온 한국인들이 밀리터리룩만은 잘 받아들이지 않았다.

90년대 중반 이탈리아 브랜드 프라다가 선보인 밀리터리룩이 유럽에서 크게 유행, 한국 패션업체들이 재빨리 그 옷을 카피해 매장에 내놨지만 대부분 재고로 남았다.또 아무리 카키색이 전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올라도 한국사람들은 군복색깔 같다며 외면한다고 한다.

밀리터리룩이 유독 한국에서만 찬밥신세인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전쟁과 군사정권시절을 겪은 한국인들에게 군복이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단순히 유행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무거운 주제라는 것이다.

올 봄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국내 패션업계도 밀리터리룩에 승부를 걸었다.

업계 사람들은 ''유행에 민감한 신세대에는 군복패션도 먹힐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밀리터리룩이 잘 팔릴까.결과가 기대된다.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