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일자) 건강보험 근본대책 세워라

국민건강 보험공단이 심각한 재정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금년 한해 적자만 3조∼3조5천억원에 이르고,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오는 5월께는 재정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고 보면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이처럼 건강보험 재정이 예상보다 빨리 악화되고 있는 것은 지난해 의약분업을 시행하면서 의사들의 진료수가를 30%나 인상한데다 약제비는 당초 기대했던대로 줄기는 커녕 늘고 있다는데 물론 1차적인 원인이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는 보험 수급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현행 수급구조는 ''작은 병은 보험이'' ''큰 병은 본인이'' 부담토록 돼 있어 사소한 질병을 치료하느라 보험재정을 소진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작 도와줘야 할 큰 병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는 식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사정이 이런데도 당정은 국민연금 2조원 투입, 의료보험료 추가인상, 국고 2조원 추가지원, 체납보험료 징수 등의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의료보험료는 올들어서만 벌써 직장인 21%, 지역가입자 15%가 각각 인상된 마당에 또다시 20∼30%나 추가로 인상하겠다니 국민부담은 안중에도 없다는 말인가.

개혁을 한답시고 보험재정을 통합하고 의약분업을 시행했으나 보험료 인상 이외에 국민들에게 돌려 준 것이 과연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더욱이 1조9천억원이나 책정돼 있는 국고보조도 모자라 2조원을 추가로 지원 받고도 보험료를 대폭 올려야만 한다면 뭐가 잘못돼도 보통 잘못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중병을 앓고 있는 보험재정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타개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험 수급구조상의 문제를 솔직히 공개하고 보험혜택을 줄이든지, 보험료를 더 내든지 국민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해 대국민 설득에 나서야 한다.보험재정은 이미 임시 방편적인 국고지원으로는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곪을대로 곪아 있다.

이런 마당에 국가재정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지원을 언제까지나 계속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아울러 건강보험공단은 국고지원이나 보험료 인상을 논하기 이전에 자구노력을 선행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의보통합에 따른 후유증으로 노노갈등을 빚고 있는데다 잉여인력 등에 대한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분규기간중의 임금보상을 위해 수천억원대의 생활안정 자금을 지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국민이 보험료 인상이나 국고지원에 동의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