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春기획(6)-벤처리더] 기술승부 : 백정현 <텔레게이트 대표>

"최고경영자는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텔레게이트 백정현(37) 대표이사는 컴퓨터와 관련있는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컴퓨터와 관련된 마케팅과 유통을 하면서 익힌 안목은 웬만한 엔지니어들의 실력을 능가한다.

이 회사의 핵심 제품은 노트북 컴퓨터가 없어도 대용량의 자료를 갖고 다닐 수 있는 "휴대용 저장 장치"다.

컴퓨터 1대 용량을 담뱃갑보다 작고 얇은 크기로 만든 저장 장치인 "V-드라이브"를 내놨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제품이다.

자체기술로 2년간 연구 끝에 개발한 성과물이다.

국제특허도 출원했다. 그는 삼보컴퓨터 맨이었다.

ROTC 26기로 군을 제대한 후 90년 삼보에 입사했다.

삼보의 영업트레이딩은 강도가 높은 걸로 소문나 있다. 그는 그중에서도 통신업계를 대상으로 특판부문에서만 7년동안 일했다.

성실히 일하는 그를 눈여겨 본 회사는 비서실 근무를 제의했다.

그러나 그는 CEO로 경영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이를 고사하고 영업 "외길"을 택했다.

이는 나중에 통신업계와 컴퓨터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99년 드디어 컴퓨터 유통업체인 한국컴텔을 세워 독립했다.

CEO를 향한 그의 꿈이 이뤄진 것이다.

그는 특유의 감각으로 컴퓨터 스토리지(저장장치)시장이 서브시장을 추월할 것임을 인지했다.

백 사장은 삼보컴퓨터 연구소에서 일하던 김정렬 연구원을 이사로 영입,새 스토리지 개발에 나섰다.

김 이사도 마케팅 개념이 뛰어나 백 사장과 뜻이 잘 맞았다.

드디어 2년간의 각고 끝에 V-드라이브를 탄생시켰다.

백 사장이 몇년간 품어왔던 아이디어가 현실화된 것이다.

"자식을 낳는 산고와 기쁨이 교차했습니다. 이 제품은 스토리지 시장에 일대 변혁을 일으킬 것입니다"

백 사장이 이렇게 자신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이 장치는 노트북 하나의 용량과 같다.

32Mb에서 1Gb까지 저장할 수 있다.

그런데도 무게가 45~50g에 불과하다.

들고 다니기가 편하다는 말이다.

16자리의 암호기능을 갖추고 있어 기업 공공기관 정보제공업체 등에서 기밀자료 등을 별도로 보관하거나 옮기기에 적합하다.

지식재산이나 프라이버시를 관리하기에도 편리하다.

스마트카드로 확장하면 용량을 4배까지 늘릴 수 있다.

별도의 드라이버 없이도 저장할 수 있다.

압축저장도 가능하다.

백 사장은 기술력을 해외에서 검증받겠다고 한다.

당당히 세계 시장에 문을 두드리겠다는 의지다.

6월 대만에서 열리는 COMPUDEX와 7월 미국에서 열리는 COMDEX Fall에 참가할 예정이다.

그는 "기술혁신으로 제품의 다양화와 지속적인 신제품 개발로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이 되겠다"고 당당히 포부를 밝혔다. (02)575-6362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