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업계 '불황 무풍지대'

''세계 휴대폰 업계에 불어닥친 구조조정 회오리에서 국내 업체들은 자유로운가''

에릭슨 모토로라 등이 최근 잇따라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세계 휴대폰 시장에 불황이 본격화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에릭슨은 올초 수익성을 이유로 단말기 제조사업에서 철수한 데 이어 지난 20일에는 1·4분기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1만명의 감원을 단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모토로라도 올들어 지난 1·4분기 2억6백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면서 대규모 감산에 나섰다.

모토로라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15년만에 처음이다.세계 4위 휴대폰업체인 지멘스도 시장수요 둔화에 대처하기 위해 해외 공장 2곳을 폐쇄키로 했다.

◇국내 업계는 ''무풍지대''=국내 업체들의 분위기는 세계 휴대폰 업계의 전반적인 구조조정과는 대조적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1·4분기 휴대폰 매출이 내수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작년 같은기간보다 오히려 늘었다.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휴대폰 수출액이 지난해 30억달러에서 16.6%정도 늘어난 35억달러를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도 올해 유럽은 물론 브라질 호주 등으로 수출지역을 넓혀 12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중소 단말기업체들도 수출물량을 늘려잡고 있다.

팬택은 모토로라에 올해 1년간 6억달러어치의 휴대폰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공급한다.

세원텔레콤도 지난해 스페인과 브라질에 거점을 둔 비텔콤과 7억달러 규모의 단말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CDMA 종주국으로서의 이점=전문가들은 이처럼 국내 휴대폰업체들의 호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종주국으로서 상용화 기술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주로 선진국 시장을 기반으로 한 에릭슨과 모토로라 등과 달리 국내 업체들은 중국과 중남미 등 신흥시장에서 휴대폰 판매를 늘리고 있는 것도 이점으로 작용했다.

◇실속이 관건=그러나 이는 ''빛좋은 개살구''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중소 단말기 업체들의 경우 자체브랜드로 해외시장에 진출하지 못할 경우 결국 OEM 생산기지로 전락해 영업마진은 갈수록 줄어들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여기에다 중국과 대만 업체들이 최근들어 휴대폰 제조분야에서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할 조짐을 보임에 따라 국내 업체들의 앞날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