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정책대로 했더니 법정관리...'

"정부정책을 믿고 따른게 바로 같은 후회됩니다. 은행이 기업경영을 전혀 고려하지않고 그렇게까지 자금을 뽑아갈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 29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조양상선 기획실 관계자는 말없이 정부와 은행을 믿고 따랐던 자신들의 순진함을 자책했다. "우리는 할만큼 다했습니다. 제일생명도 팔고 배도 팔아 빚을 상환했지만 은행이 채무를 모두 거둬 들이겠다며 운영자금까지 빼내가는데야 견딜 재간이 있겠습니까"

정부 정책방침에 따라 업종전문화와 구조조정을 성실히 이행했지만 결국 법정관리 까지 가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조양상선은 자사의 책임도 인정한다. 91년부터 98년까지 세계일주항로 개설을 위해 수천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은게 화근이 됐다는 것.이로인해 자금이 꼬이면서 회사가 기울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조양은 이후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99년 제일생명을 매각할 때 사내에서도 조양상선을 매각하는게 오히려 기업을 살리는 길이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운송회사로서 업종 전문화와 모기업인 조양상선을 살리겠다는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우량회사인 제일생명을 알리안츠에 넘겼습니다"

98년부터 지금까지 조양상선이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자금은 모두 7천억원이 넘는다.

자산의 70% 이상을 내다 팔았다. 그러나 이 돈은 대부분 은행권으로 들어갔다.

조양이 97년부터 최근까지 은행권에 상환한 부채는 6천3백억원에 달한다.

물론 이자상환액도 3천억원이 넘는다.

"구조조정하고 영업해선 번돈은 모두 은행이 회수해갔습니다.

99년,2000년 2년동안 해운업계에서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부채를 전액상환하라는 압력이 계속됐습니다"

결국 서울은행은 자사의 매각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 과도하게 채무상환을 요구함으로써 구조조정의 모범사례라고 평가받았던 조양상선을 쓰러뜨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해야하는 상황으로까지 몰린 것은 1차적으로 경영진의 책임이다.

그러나 은행이 살기위해서 회생가능한 기업까지 "제물"로 삼는다면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 수있을지 걱정된다. 조양상선은 지난해 11월 2차 부실기업 판정 당시 회생판정을 받았었다.

김용준 산업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