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코너] 정책 냉소주의

요즘 무슨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비판이 앞서거나 아예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는 '정책 냉소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위기 이후 한때 정부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 공적(公敵)으로까지 불렸던 필자도 이같은 부류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시인한다. 최근처럼 정책 냉소주의가 흐른 데에는 무엇보다 정책당국의 무소불위(無所不爲)식 정책추진 방식에서 비롯된다. '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 이외에는 누가 알겠느냐'는 환상에 젖어 정책추진이 되풀이되다 보니 소외계층들이 정책에 대해 비판·무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중구난방(衆口難防)'식 정책발표도 문제다. 최근 정책이 발표되는 모양새를 보면 정치권과 행정부,행정부내 관련부처간의 목소리가 제각각이다. 설익은 정책이 발표되다 보니 정책이 갖고 있는 고유의 무게감도 떨어진다. 잦은 정책변경으로 현재 발표되는 정책에 대한 신뢰보다는 또다른 정책이 나오겠지 하는 마음이 앞선다. 정책을 전하는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 지면이 많아서인지,정책을 읽는 능력이 떨어져서인지는 몰라도 동일한 정책을 놓고 보는 시각이 매체별로 크게 다르다. 정반대일 때도 있다. 물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준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뭐가 뭔지 모를 때가 많다. 정책을 받아들이는 계층들의 냄비론적 수용태도도 정책 냉소주의의 원인이다. 집권 초기 이해관계가 높을 때에는 필요 이상 관심을 보이다가도,최근처럼 정작 국민들의 협조와 관심이 필요할 때에는 남의 일처럼 등을 돌린다. 모든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의 의도(signal)대로 정책수용층이 반응(response)해야 한다. 전제는 정책당국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과 정책이 공공선(公共善)을 반영해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금은 집권 후반기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현 위치에서 한 발 다가선다는 심정으로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본래 정책 의도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고 우리 경제회복과 국민생활 안정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