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로제타 프로젝트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지난해 조사결과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언어는 7억2천6백만명이 쓰고 있는 중국어(베이징어)이고 영어(4억2천7백만명) 스페인어(2억6천6백만명)가 그 뒤를 잇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힌디어 아랍어 포르투갈어 방글라데시어 러시아어 일본어 독일어 순이다. 하지만 영어는 2차언어로 사용하는 사람이 3억5천만명이나 돼 1,2차 언어사용자를 합치면 중국어를 제치고 가장 폭넓게 쓰이는 언어인 셈이다. 지구촌을 휩쓰는 세계화 물결에 따라 소수민족의 토속언어가 급속히 영어로 대체돼 가고 있는 것이 현재의 추세다. 유네스코 통계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는 약 5천~7천개의 민족어가 있다. 그 가운데 매년 20~30개의 민족어가 외래어나 이민족어간의 혼성어로 대체돼 가고 있다고 한다. 또 유엔환경계획(UNEP)의 최근 보고서는 세계 언어중 2천5백여개가 사용자가 1천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이중 5백53개는 사용자가 1백명이 안돼 곧 사라질 것이며 1백년후엔 지구상 언어의 90%가 소멸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소수민족의 토착언어 소멸은 전통문화 소멸은 물론 결국 그 민족의 해체를 초래하게 마련이다. 그만큼 지구촌 문화의 다양성을 말살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고 생태계 파괴까지 불러온다는 UNEP의 경고도 귀담아 들어야할 이야기다. 미국의 롱 나우(Long Now)재단이 1천개의 언어를 골라 1천년 뒤 살아남은 언어와 비교해 해독할 수 있도록 니켈 디스크에 미세한 글씨로 새겨 넣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성경 창세기 첫 3장과 세계인권선언이 새겨지게 된다. 1천개의 디스크를 제작해 도서관 박물관에 배포할 계획도 세워놓았다. 한글도 끼어 있다. 이 계획의 명칭을 '로제타 프로젝트'로 명명했다고 한다. 나폴레옹 동방원정대가 1799년 이집트의 로제타에서 발견해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길을 열어준 '로제타스톤'에서 따온 이름이다. 당시 단서가 됐던 것은 비문에 함께 적힌 그리스문자였다. 1천년 뒤에도 영어가 살아남아 다른 언어 해독의 실마리가 될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