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揮發性', 소진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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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해 보였던 거래소와 코스닥의 심리적 지지선이 모두 무너졌다.
시장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으면서 섣불리 덤벼들기 힘든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전날 나스닥시장이 오라클 호재를 바탕으로 장초반 급등한 뒤 상승폭을 까먹으며 강보합에 그친 점이 짐으로 다가왔다. 향후 장세를 향한 투자주체의 확신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대만 가권지수도 나스닥 불안에 따른 외국인 매도에 휘청거리며 5,029.64로 하락마감하며 5,000선에 더욱 가까워 졌다. 반면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는 약세로 출발한 뒤 저가매수세에 힘입어 나흘만에 강보합 마감했다.
대우차, 현대투신 등 대기중인 구조조정 카드에 대한 기대감은 유효하지만 그간 미 증시 하락 외풍을 막는데 사용돼왔다는 점에서 효력이 상당히 반감된 분위기다.
실업률하락, 부도업체 감소, 소비자기대지수 상승 등 국내 기업경기 반등을 알리는 지표는 미 경기 회복 지연에 밀려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 해외 요인 영향력 가중 = 21일 증시는 미 뉴욕증시의 영향권 한가운데로 들어서면서 조정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프로그램 매매에 휘둘리며 주도주나 매수주체가 나서지 않는 답답한 장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연기금 6,000억원은 다음주 초에나 증시에 투입될 예정이라 주말까지 지수 반등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연기금은 안정적 투자를 선호하는 특성상 공격적 매수는 기대하기 힘들다. 저평가 대형주에 대한 매수가 점쳐진다.
수요일 뉴욕증시는 컨퍼런스 보드의 5월 경기선행지수 외에는 별다는 지표가 없어 금리인하폭 전망과 효과를 둘러싸고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이와 관련, 앨런 그린스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상원 은행위원회 등에서 두 차례 연설할 예정이다. 그는 지난 달 24일 뉴욕경제클럽에 이어 지난 4일 싱가포르 국제통화회의에서 이미 금리인하를 '공언'한 상태다. 금리인하 폭까지 투자자에게 쥐어줄 확률은 높지 않다.
내수주 위주의 매매를 권고한다. 우선 미국 등 주요 경제 둔화와 교역 감소 추세가 반등을 멀리 남겨두고 있어 하반기 경제활동이 수출보다는 내수 위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환경, 보험, 가스, 제약, 도소매, 유통, 건설 등 내수주 공략 전략이 유효하다. 그러나 최근 상승으로 가격부담을 안고 있어 내재가치 대비 상승폭이 적은 종목별 대응이 필요하다
미 실적 경고가 끝나고 미 증시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현금비중을 높이는 보수적 시장 참여가 당분간 상책으로 보인다.
◆ 이번 랠리도 소멸될까 = 기술주 실적발표가 집중되는 이 달 말까지 미 증시는 지속적인 하락 압력에 시달릴 전망이다.
전날 오라클이 월가의 예상치를 넘는 실적 발표 호재가 시장에 먹혀들지 않은 것처럼 이젠 미 증시가 호재보다 악재에 민감한 상태다.
주가는 이러한 해외증시 불안에 따라 580을 저점으로 하는 박스권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임송학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 증시불안을 감안해 볼 때 단기적으로 580선이 저항선이 되겠지만 560선 까지 하락해야 반등을 위한 저가 매리트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상황이 환율 강세 등 제반 여건을 들여다 볼 때 지난 2월 20일부터 4월 초까지 주가 급락과 유사한 상황”이라며 “외국인 매도공세가 단기에 그치지 않고 추세적으로 이어질 가능성 높아 당분간 지수반등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600선이 수급측면에서 큰 의미를 둘 만한 지수대는 아니며 580선의 지지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600선 붕괴로 저점이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적다”며 “추격매도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수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기금 증시투입은 프로그램 매매의 충격을 완화하는 수준이며 시장분위기를 바꿀 만한 여력은 없다”며 “나스닥 지수가 반등하더라도 2,300선까지 가지 못할 경우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반도체 바닥 논쟁, 進一步 = 살로만 스미스 바니의 조너선 조지프는 반도체 경기가 오는 8월경 바닥을 칠 것이라고 호언하며 다시 반도체 논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조지프는 반도체와 PC의 재고물량이 어느정도 통제가능한 범위에 들어왔다며 반도체 관련종목에 대한 매수를 외치고 나섰다. 이 예언은 검증 시점을 두 달도 채 남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는 지난 4월 '더 나빠지기도 어렵다'며 숱한 반도체 애널리스트에 맞서 반도체 경기 바닥론을 제기한 장본인이다.
그러나 아직 시장 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징후는 발견하기 힘들다. 이날 반도체값은 64메가 SD램이 1달러 아래로 내려가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반도체에 매물을 쏟아내며 급락을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장중 19만원대까지 하락했다가 20맙貶?걸친채 마감했고 하이닉스반도체는 9.8% 급락하며 GDR발행가인 3,100원에 근접했다.
독일 반도체 업체 인피니언AG는 이 달 말 마감하는 3/4분기에 6억 유로 규모의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휴대폰 수요 부진 등으로 매출이 전분기 대비 30% 감소했다며 당초 계획했던 2002년 자본투자 규모를 10억유로 이상 감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실적발표가 21일로 다가오고 있어 반도체 경기 바닥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한경닷컴 한정진기자 jj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