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0대에서 선별적 비중확대
입력
수정
종합지수 600선 붕괴에 따른 허탈감이 컸던 것일까. 주가가 반짝 반등 이후 힘없이 흘러내리고 있다.
외국인이 닷새째 매도세를 이어가며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고 SD램 현물가는 바닥을 찾지 못한 채 추락하며 반도체 관련주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아흐레째 매수 우위를 지키고 있는 개인의 노력도 빛을 잃었다.
미 경기 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와 뉴욕 증시의 불확실성이 불거지면서 국내 기업의 기대심리 회복과 내수 중심의 경기 회복 시그널 등이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우차 GM 매각, 현대투신 외자 유치 등이 지연되면서 구조조정 관련 모멘텀 공백이 발생한 것도 새로운 바닥 찾기에 나선 투자자의 매수 손길을 붙잡고 있다. 그동안 각광 받았던 가치주도 이제는 가격 부담으로 추가 상승이 어려워 보인다.
◆ 새로운 바닥은 = 600선 이후 새로운 지지선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580선을 주목하고 있다.
돌발 악재로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돼 주가가 더 떨어진다면 20일 및 6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570선까지 밀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580선은 최근 저점에서 고점까지의 상승폭에 피보나치 비율 38.2%를 적용한 후 이를 고점에서 뺀 수치로 정확히 577선 언저리를 가리키고 있다.
박준성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600선 붕괴 이후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고 단기 수급선인 20일 이동평균선도 하락세로 반전했다"며 "580선 지지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 6,000억원 가량의 국민연금 자금이 다음 주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대기 매수세가 버티고 있기 때문에 580선은 지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 반도체 바닥은 = 전날 살로만 스미스 바니의 조너선 조지프는 반도체 경기가 8월 경 바닥을 칠 것이라고 호언하며 다시 반도체 논쟁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싸늘하다.
더욱이 이날 128메가 SD램이 2달러, 64메가 SD램은 1달러 선이 붕괴되는 등 SD램 현물가 속락이 이어지고 있어 반도체 경기 회복은 난망한 표정이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이날 삼성전자가 2분기 D램 및 TFT-LCD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며 투자등급을 시장평균수익률로 한단계 하향 조정했다. 삼성전자는 이로 인해 개장 초 강보합권에서 밀려나 하락 반전, 20만원선이 무너졌다.
그러나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삼성전자 주가의 기술적 반등 시점이 임박한데다 20만원을 중심으로 개인의 대기 매수세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 외국인 매도세 = 외국인 매도세가 최근 닷새째 이어지면서 매매 추세가 전환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외국인이 월간 누적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전날인 20일까지 모두 2,360억원 매도우위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이 순매도를 보인 주요 원인으로는 하이닉스 DR 발행이 지목되고 있다. 차익 거래용 매도 물량이 많았다는 설명이다. 또 인터내셔널 펀드와 이머징 마켓 펀드의 자금 유출도 외국인 매도세의 이유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에 미 증시, 특히 나스닥지수가 이레 연속 약세를 보였던 것도 외국인 매수세를 부채질했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그러나 앞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지속될 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의견이 많다. 추세 전환과 비중 축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
오태동 세종증권 연구원은 "최근 4일간 5,313억원 순매도하는 등 외국인 매도세가 강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그동안 외국인 매수 종목이 비 IT 업종의 실적 호전주와 구조조정 관련주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매도세가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비 IT 부문 기업의 경우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실적 호전 등 선전하고 있고 기업 구조조정도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