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11P 급락 550선 붕괴, 3개월중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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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 폭등이라는 호재는 장 초반 반짝 효과를 냈을 뿐 변동폭만 키운 채 사라졌다.
13일의 금요일, 투자자들은 호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향 조정된 실적 달성보다는 이번 분기 이후 전망에 가늠자를 맞춘 것.
바람몰이의 주역 가운데 하나였던 모토롤라가 15년만에 처음으로 3분기 연속 적자를 전망했고 램버스도 매출 20% 정도 감소추세가 지속되리라고 우려했다.
삼성전자는 램버스의 비관적인 전망에다 지난 6월 이미 반도체 사업부문이 적자로 돌아섰을 뿐 아니라 내년 1/4분기에도 흑자 전환이 어렵다는 지적에 가위눌렸다.
13일 종합지수는 전날보다 11.46 포인트, 2.05 % 급락한 548.49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종가는 지난 4월 18일 종가 540.00 이후 12주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는 69.58로 전날보다 2.58 포인트, 3.58 % 하락하며 하루만에 또 다시 70선 붕괴를 경험했다.
지수선물은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 공세로 9월물이 67선으로 주저 앉았다. 전날보다 2.10 포인트, 3.01% 급락한 67.60으로 거래를 끝냈다. 시장 베이시스는 현물 지수가 크게 빠지면서 0.11로 콘탱고를 유지했다.
외국인이 선물 시장에서 매도 규모를 확대하며 지수 하락 도화선에 불꽃을 점화했다. 여기에 삼성전자라는 돌발 악재까지 겹치면서 지수는 두 달 전 수준으로 뒷걸음쳤다.
전날 미국 증시보다 앞서 급등한 아시아 증시는 이날 미 증시의 추세반전 여부를 고민한 끝에 나란히 약세로 마감했다. 닛케이지수는 0.43% 하락한 12,355.15를 기록했다.
특히 대만의 가권지수는 램버스 충격파에 여과없이 노출되며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3.19% 폭락, 4,485.68에서 마감했다. 지난 93년 12월 이후 최저 기록이다.
이들 지역의 투자자들은 미국에서 몇몇 기업이 실적을 소폭 초과했다고 해서 기업수익이 회복됐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본은 게다가 5월 산업생산이 1.2% 감소한데다 통화정책을 완화하지 않는다는 소식에 밀렸다.
여기에 아르헨티나 모라토리엄 가능성, 악화된 미 실업관련 지표, 모건스탠리의 세계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 주말을 앞둔 현금 확보 등이 가세하며 매도 손길을 부추겼다.
또 다음 주 잇달아 발표될 주요 IT 기업의 실적에 대한 두려움도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김인수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시장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향후 국내 증시가 상당한 짐을 지게 됐다"며 "지지선으로 지목받았던 545선도 이제는 그 의미가 크게 퇴색했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이어 "아르헨티나 모라토리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머징 마켓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각, 외국인 매수세가 따라 붙지 않았다"며 "500선까지 저점을 낮춰 잡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하루만에 약세로 돌아서며 17만원에 턱걸이한 가운데 하이닉스도 10% 이상 급락했다. 아남반도체, 신성이엔지 등 반도체 관련주 대부분이 하락반전 후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통신, SK텔레콤 등 대형통신주를 비롯해 한국전력, 포항제철, 현대차, 기아차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오름세를 지키지 못한 채 약세 마감했다. 국민은행, 주택은행, 담배인삼공사 등이 어렵사리 상승세를 유지했다.
세계 2위 단말기 제조업체인 모토롤라가 6,000명 추가 감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원텔레콤, 텔슨전자, 스탠더드텔레콤 등 팬택을 제외한 단말기 업체가 동반 하락했다.
현대건설 우선주가 작전 세력 개입 의혹을 받으며 나흘째 상한가를 기록했다. LG전선은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3% 이상 뛰어 올랐다. 순이익이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9.1% 증가한 684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업종 하락했으며 건설업, 증권, 기계, 전기전자, 보험 순으로 낙폭이 컸다. 상승 종목이 195개에 그친 반면 하락 종목은 613개에 달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전날 야후 효과로 상한가를 기록했던 다음, 새롬기술, 한글과컴퓨터가 모두 하락 반전, 2~6% 추락했다.
KTF, LG텔레콤, 하나로통신 등 대형통신주를 비롯한 다른 지수 관련 대형주 대부분이 약세 전환, 지수를 끌어 내렸다. 시가총액 2위 종목인 국민카드가 유일하게 오름세를 유지했다.
외국인과 개인은 거래소에서 각각 494억원, 84억원 매수 우위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엿새만에 순매수였으며 개인은 이틀째 였다. 반면 기관은 511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하며 이틀째 순매도했다.
이날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1,869계약, 654억원 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을 따라 매도에 가담했던 개인은 2,120계약, 737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거래는 비교적 활발했다. 거래소에서는 2억5,783만주, 1조3,714억원 어치가 손을 옮겼고 코스닥에서는 4억661만주, 1조7,033억원 어치가 거래됐다. 코스닥 거래량이 4억주를 넘은 것은 지난 6월 14일 이후 4주만에 처음이다. 이날 거래량은 지난 6월 13일 4억684만주 이후 22 거래일 중 최대 규모다.
한경닷컴 임영준기자 yjun19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