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서울사람의 폐활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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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지리학자 비숍은 '한국과 그 이웃 나라들'에다 지금 서울 시민이 들으면 좀 부끄러운 이야기들을 적어 놓았다.
'베이징에 가보기 전까지는 서울이 세상에서 가장 더럽고 냄새나는 도시가 아닐까 생각했다'는 이야기다.
1백여년 전,우리가 하수도시설은 생각도 못했던 시절에 서울 뒷골목의 주택가 수챗도랑들을 보고 쓴 것이다.
그렇지만 아침나절 밥을 짓기 위해 때는 잔솔가지 타는 냄새가 '고소하고 상큼하다'고 쓴 것이나 서울의 하늘을 짙푸른 티베트 하늘에 비유한 것을 보면 석탄을 때던 런던의 공기보다는 서울의 공기가 더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지금 서울은 연중 대부분이 잿빛으로 덮여 있다.
북한산 팔각정에 올라 보면 가까운 빌딩들도 뿌옇게 윤곽만 보일 뿐이다.
심각해진 대기오염은 시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악화돼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의 한 교수가 서울의 2백58가족 1천여명의 폐활량을 3년동안 측정한 결과 전보다 크게 줄었다는 보도는 충격적이다.
공기가 나쁜 곳에 사는 사람이 공기가 좋은 곳에 사는 사람보다 폐활량 감소량이 최고 8배,평균 3배 이상이나 됐다고 한다.
정상 감소의 선을 넘어섰다는 진단이다.
이 경우 만성피로 호흡곤란 폐기종 심장질환 등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한다.
한국의 단위면적당 대기오염물 배출량은 멕시코보다 14~20배가 높은 세계 최악의 수준이다(1999년 OECD 환경통계).
대기오염의 85%를 차지하는 자동차배출가스 중 폐활량 감소의 주범인 이산화질소와 미세먼지 배출량은 전국 7대도시 가운데 서울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서울시 2001년 환경백서).
금년 3월말 우리나라 자동차대수는 처음으로 가구당 1대를 넘어선 1천2백24만대를 기록했다.
이 자동차들은 수도권에 46%가 몰려 있다.
정부가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시범으로 천연가스버스를 운행하고 있지만 호응도는 기대에 훨씬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갈수록 탁해져 시민의 건강까지 위협하는 서울의 공기오염을 줄여가는 대책 마련과 시민의 자발적 협조가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