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억지성 '규제 맞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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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제처럼 기업의 투명경영을 담보하는 장치가 도입된다면 30대기업집단제도의 축소를 검토해 볼 수 있지요"
최근 진념 경제 부총리를 비롯한 재정경제부 고위관료들이 추가 규제완화 방침과 관련해 언급한 발언이다.
이 말을 들은 재계는 "경제력 집중억제를 위해 도입했던 30대기업집단제도가 투명성을 높인다는 집단소송제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정부의 '규제 맞교환(바터)'방식에 반발하고 있다.
집단소송제 도입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0대기업집단제도와 집단소송제 도입을 연계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해 "도입취지와 목적이 전혀 다른 제도를 무슨 협상하듯이 주고 받는 식으로 처리하려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한 재계 인사는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가 약탈해간 규장각 도서 2백97권을 이에 상응하는 한국내 고문서와 맞바꾸는 한·불 규장각도서 반환협상을 보는 것 같다'고 비유했다.
협상 대상이 아닌 것을 억지논리로 '바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30대기업집단제도의 폐지론이 나오는 것은 제도 자체의 비현실성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 경쟁자는 국내 하이닉스반도체 뿐만이 아니고 마이크론테크놀로지 히타치 등이다.
기업들은 글로벌 마켓에서 싸우는데 국내 기업들은 규제의 울타리에 갇혀 있다.
정부가 이같은 비합리적인 점을 인식해 제도를 수술하겠다고 밝히자 재계는 "뭔가 풀리는 모양"이라고 반겼다.
그러나 정부가 소송의 천국 미국에서 변호사들의 좋은 사냥감이 된 집단소송제를 내년 3월부터 꼭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전경련은 "소송남발로 인한 경영애로와 회사가치 하락 등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며 일본식 민법상 선정당사자 제도 보완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규장각 도서반환 협상과 같은 억지성 '규제 맞교환'방침을 포기하고,기업할 의욕을 북돋울 수 있는 정책수단을 머리 싸매고 찾아야 한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정구학 산업부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