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환율] 혼전속 하향 압력 우세, "1,275∼1,285원"

월말이 다가온다. 여름의 끝물이자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시장의 기대를 영글게하는 시점의 도래를 앞두고 환율의 하향 압력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1,280원' 지지선 구축의 혐의를 받고 있는 외환당국의 개입과 자아 증식을 통해 확산된 시장 참가자들의 경계감이 내림폭 확대에는 인색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수급상 월말 네고장세의 진입에 따른 물량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대외 변수 또한 미온적이긴 하나 '달러 약세-엔 강세'의 흐름은 유효하다. 당국도 이같은 실질적인 변수 요건에 의해 대내외적인 하향 압력이 가세할 경우 그동안 지켜온 지지선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이번주 환율의 이동 범위는 '1,275∼1,285원'으로 예상된다. 최근 부진한 변동성과 거래량이 크게 개선될만한 꺼리는 없어 최근의 안정적이되 무기력한 흐름은 계속된다. 시장 참가자들의 바램은 계절의 바뀜과 함께 찾아오는 활력이 살아숨쉬는 시장 속을 유영하는 것이다. ◆ 1,280원에 유린당하는 시장 심리 = 하락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 지난주 1,280원대에서 균열은 없었다. 마감가 기준으로 지난주 저점은 24일 1,281.20원, 고점은 20일 1,286.10원으로 1,280원대에 대한 시장 흐름은 견고했다. 또 이달 들어 1,280원대를 벗어난 날은 지난 1일(1,296.50원), 6일(1,290.10원), 16일(1,278.20원) 등 사흘에 불과하다. 달러/엔 환율은 119엔과 120엔을 하루걸러 오가는 혼조세 속에 방향 감각을 상실했다. 달러/원도 영향권 내에서 당일 상승과 하락의 방향성을 제시한 뒤 극도로 정체된 흐름을 이었다. 특히 지난 24일 환율 진폭을 불과 2원에 그쳐 지난 6월 25일 1.80원이후 가장 좁은 범위에서 이동했다. 현물환 거래량은 20억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18억7,170만달러를 기록, 이달 중 가장 적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당국에서 가만 놔둬도 환율은 밑으로 갔다가 반발 매수 등의 수급에 의해 위로 되튀는 것이 시장의 생리"라며 "밑을 막다보니 그 선에 기대 플레이만 활보할 뿐 시장 거래가 죽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 국가의 경제전반을 반영해야 하는 환율이 엉뚱한 논리에 의해 왜곡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 1,280원 하향 돌파 재도전 = 시장은 다시 1,280원에 대한 지지력을 테스트할 심산이다. 월말이라는 시점을 감안, 네고물량의 출회가 예상되는 데다 달러 약세에 대한 기운이 여전하다. 최근 전자업체를 중심으로 네고물량이 조금씩 나오고 있으나 큰 규모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수출 부진에다 여름철이라는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기업들의 외환거래가 뜸하기 때문. 물량 부담이 이어져 하락 압력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이지만 큰 규모의 네고물량 공급에 의해 급락을 야기할 만한 힘은 떨어진다는 얘기다. 점진적인 하락을 유도하는 정도. 현대투신 매각, 하이닉스반도체의 LCD부문 매각 등 외자유치분에 대한 기대감은 아직 살아있으나 실질적으로 시장에 공급되는 시점까지는 환율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뿐이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주 119∼120엔 언저리에서 어정쩡한 모습을 보였으며 여전히 안개속이다. 엔화 강세에 대한 거부감을 거듭 드러낸 일본 정부의 구두 개입도 달러/엔을 위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으며 IMM 선물환 시장에서 단기 투기세력은 달러 매도초과(숏)포지션, 엔화 매수초과(롱)포지션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주 전미제조업협회(NAM)은 무역업 단체와 공동으로 협의체를 세우고 '반 강한달러 정책'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부시 행정부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행사를 강화하고 있는 셈. 이들은 달러화가 최근 몇 년간 주요 통화에 비해 30%나 급등했음을 직시하고 합리적 수준으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부시 행정부와 재무부 사이에 입이 맞지 않아 혼란스럽다"며 "해외에서는 118엔대로 추가 하락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나 120엔 아래로는 일본 정부에서 강한 반발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주는 월말 네고물량 공급과 외환당국의 개입의지가 맞서는 가운데 달러/엔의 변동이 하루 방향을 가늠하는 삼각편대가 짜여진다. 당국에서 시장 수급이나 관련 통화의 방향이 드러날 경우 지지선을 낮출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시장관계자는 "수급장세가 환율을 결정하기는 어렵고 대외 변수에 의해 더 좌우될 것"이라며 "급등락은 투기적인 매매거래가 있어야 가능하고 시장기대감이 어떻게 형성되느냐가 중요하지만 아직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고 전했다. ◆ 먼 곳을 바라보는 거래자들 = 기업들의 실수가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외환당국의 지지선 사수는 한결 쉬워졌으며 은행권은 수시로 손바꿈을 통해 좁은 등락 범위에 수동적인 거래만을 일삼고 있다. 특히 달러/엔에 대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역외세력의 관망세는 시장 침체를한층 자극하고 있다.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좁은 레인지 장세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위보다는 아래로 시도하는 방향으로 될 것 같다"며 "이를 위해 역외에서 1,280원에 NDF픽싱 롤오버를 포기하는 것이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딜러는 "최근 환율의 정체를 깨기 위해서는 역외세력이 어떤 식으로든 방향을 정해줘야 할 것 같다"며 "1,280원이 '절대레벨이 아니다'라는 인식이 확산돼 물량 부담을 따라 1,280원이 무너지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역외세력이 1,280원 밑에 옵션이 걸려있어 쉽게 매도에 나서지는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해외딜러가 '1,280원을 굳이 깨서 뭐하겠느냐'고 말하면서 1,280원을 저점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견해를 내비췄다"며 "달러/엔이 118엔대로 진입하지 않는다면 투자은행을 중심으로 한 NDF시장에서의 매수세가 재개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수급이나 여타 변수의 정적인 흐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역외세력이 시장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는 요인으로 등장하길 기대하는 시장 참가자들의 마음이 드러나고 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