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환율] 수급보다 달러/엔 '주목', "변수 많지 않을 듯"

고난이도의 방정식이 주어졌다. 달러/원 환율을 둘러싼 주변 여건이 미로처럼 꼬여있기 때문이다. 달러화의 방향을 가리키는 미국의 경제지표가 잇달아 갈지(之)자를 그리고 있다. 이에 따라 수급상황과 역외세력의 매매동향이 흔들리면서 시장 참가자는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변동에 몸을 맡기고 있다. 달러/엔 환율이 가리키는 방향에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주 환율은 쉽게 1,280원대를 벗어나기 힘든 흐름이 전망된다. 다만 조심스레 상승을 시도하는 장세가 예상되면서 거래범위는 '1,285∼1,295원'이다. 달러/엔의 도움만 있다면 1,290원대를 시도하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내포돼 있으며 역외세력의 매수세 지속여부도 관심사다. 내부적으로 파고 들 수 있는 변수는 뒤로 밀린 채 국제 외환시장의 흐름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천수답 신세다. ◆ 박스권 상향 조정 시도 = 8월 한달동안 일시적으로 1,290원대나 1,270원대를 들락거리기도 했으나 굳건하게 1,280원대의 흐름을 견고하게 지켰던 환율은 지난주 9월 들어서는 닷새 내리 오름세를 탔다. 위축된 변동성 기조를 잇던 주초 흐름에서 후반 들어 달러/엔의 상승 가도와 역외 매수세를 안고 부족한 시장 수급 상황을 반영, 한달여만에 1,290원대로 튀어올랐다. 누구도 쉽게 예측하지 못한 상승세였지만 과연 '향후 방향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느냐'를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달러화가 대체적으로 강세를 보였지만 지난주 말 드러난 미국의 고용동향은 달러화의 힘을 빼면서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를 혼란에 빠뜨렸다. 역외매수세의 이익 실현 여부는 달러화의 힘과 맞물린 톱니바퀴다. 다만 섣불리 달러 매수에 나설 수는 없지만 달러/엔 환율만 도와준다면야 사자(롱)쪽에 배팅을 하겠다는 견해가 강하다. 조심스럽게 환율 상승을 추진한다면 1,290원대도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 초점은 여전히 달러/엔 환율 = 지난 5일 미국 전미구매관리자협회(NAPM)제조업 지수가 예상보다 좋게 나왔다는 점이 그동안 118엔대까지 내려서 달러/엔을 위로 되올렸다. 덧붙여 폴 오닐 미 재무장관의 '강한 달러 지속'에 대한 발언은 시장 심리를 흔들리게 했다. 이에 달러화 약세에 대한 흐름이 반전되면서 달러/엔은 3주중 최고치인 121.52엔까지 올라섰다. 달러에 대한 참가자들의 인식이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견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지난주 말 미국의 8월 실업률이 4년중 최고치인 4.9%까지 올라선 점을 배경으로 달러/엔은 1엔 가까이 추락하며 120엔대로 되돌림했다.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과 9월 반기 결산을 앞둔 일본 수출업체들의 본국 송금을 위한 엔화 수요가 버티고 있는 점이 달러 강세를 막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달러가 강세로 가자니 미국 경제지표가 좋지 않고 유로와 엔도 강세로 갈만큼 상황이 좋지 않아 국제 금융시장에서 판단내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오는 12일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과 시오카와 마사주로 일본 재무상간의 회담에서 '달러 강세-엔 약세'를 지지하기 위한 공조개입 여부가 관심이 가면서 시장 참여자들은 달러매도초과(숏)상태를 일단은 닫은 상태다. 달러 강세 표명이나 공조개입을 표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설혹 재무장관끼리 달러 강세를 부추겨도 미국 경제지표가 볼 일 없다면 달러화가 일방적으로 강세를 보이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다른 딜러는 "미국 의중이 관건"이라며 "모든 것이 뉴욕장에서 이뤄지고 국제 금융시장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역외세력 매수여부는 미지수 = 지난주 후반 환율 상승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던 역외매수세는 이익 실현에 나설 수 있는 시점을 조정할 전망이다. 한동안 관망세로 일관하다가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어떤 의중인지 쉽게 감을 잡을 수 없지만 지속적으로 매수에 나서긴 어려운 시점이다. 달러/엔에 대한 명확한 방향이 없기 때문에 달러/원만 들어올리는 수를 쓰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 시장관계자는 "역외움직임이 심상치 않기는 하나 달러/원만 독단적으로 움직이며 달러/엔과 결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주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에서 1,280원대 초반에 사서 1,290원까지 올린 점을 감안하면 이익실현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역외세력의 이익실현여부가 변수다. 다만 1,280원은 막힌 것으로 판단해 달러 사자에 나서는 역외세력으로 보아 아래쪽으로 하방경직성을 강화했으며 달러/엔의 상승이 이뤄지면 매수를 강화시킬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와 함께 시중포지션이 많지 않아 의외의 수요가 있으면 상승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일부에서는 1,300원까지 가거나 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도 보고 있다. 한편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주 말 대우자동차 매각과 하이닉스 반도체 처리 문제가 이달 말까지 매듭짓겠다고 밝혀 국내 현안 문제에 대한 해결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환율 상승을 다소 억제할 수 있는 요인. 다만 부평공장도 매각대상에 포함될 것임을 시사, 가격측면에서의 기대치가 낮아졌으며 하이닉스의 경우 정부차원에서 살려야 한다는 의지를 비춘 것이 투자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