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세계] '공연기획자' : 100여명 활동 .. '누가 뛰나'

공연기획자는 연주회 기획과 고객 예측, 펀딩과정을 거쳐 실제공연과 수익배분까지 총괄하는 사업가다. 국내 공연기획자는 팝과 클래식, 뮤지컬 등을 합쳐 1백여명으로 추산된다. 대부분의 주요 기획자들은 10~20년간 업계에 종사하며 기반을 굳혔다. 이들은 한결같이 음악과 예술에 대한 이해를 기획자가 갖춰야할 가장 중요한 자질로 들었다. 설도윤 제미로 공동대표(43)는 뮤지컬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획자. 삼성영상사업단에서 제작 총감독으로 재직했던 그는 미국 뮤지컬 '브로드웨이42번가'와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창작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등을 잇따라 흥행에 성공시켰다. 지난 94년에는 창작뮤지컬 '쇼코미디'에 투자회사로부터 국내 최초로 펀딩을 받기도 했다. 그는 올들어 '키스미 케이트'를 히트시켰고 연말 개막을 목표로 1백억원 규모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제작중이다. 설 대표는 "뮤지컬은 춤과 음악 연극까지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가 많다"며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어 산업화가 다른 장르에 비해 쉽다"고 말했다. 설 대표는 영남대 음대를 다니던 도중 지난 81년 뮤지컬배우로 입문, 10년간 뮤지컬 연기와 안무를 익히며 기획자 수업을 받았다. 뮤지컬 기획에는 무대 의상 조명 메커니즘을 알아야 하고 인력수급과 자금조달 등도 익혀야 하기 때문에 클래식 기획보다 복잡하다. 그러나 설 대표는 "경영자로서의 감각과 마인드는 나중 문제"라며 "문화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예술경영에 대한 이론과 실제는 차이가 크기 때문에 현장 체험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첫 여성 공연기획자인 전경화 미추홀 예술진흥회 회장(47)도 전공과 무관하게 현장에서 실무를 익힌 주인공이다. 인천병원 임상병리과와 인하대 경영대학원에서 수학한 전 회장은 지난 86년 미추홀을 설립하면서 공연기획자의 행로를 택했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가까이 했던 집안환경이 밑천이었다. 전 회장은 대청도와 탄광촌 등에서도 클래식공연을 열었을 정도로 지방공연에 일가견이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데이비드 김, 피아니스트 백혜선 등을 무명시절 발굴하는 등 신인발굴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는 요즘도 연간 20회의 공연을 치르는 등 견실한 운영을 하고 있다. 전 회장은 "음악을 알아야 하며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매표부진으로 공연을 취소하면 기획자로서의 생명이 짧다는 얘기다. 윤창중 예스컴 대표(47)는 팝공연의 일인자다. 스콜피언스, 에릭 클랩튼, 케니지, 야니 등의 대형공연을 주관했었다. 팝공연은 부침이 심한 만큼 윤 대표도 곡절을 겪었지만 오뚝이처럼 재기해 올해엔 MBC가 주최한 스리테너의 주관대행을 맡았다. 팝공연은 소규모 클래식공연에 비해 음향과 조명 플랜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며 무대구성 기술과 의전 등도 고려해야 한다. 윤 대표는 고교졸업후 약품 수입상을 하다가 지난 85년 가수매니지먼트를 시작하면서 공연계에 발을 들였고 89년에는 사회적 논란끝에 대중가수 패티김의 세종문화회관 공연을 성사시켰다. 그가 공연기획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은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 마니아 정도는 아니었지만 음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국내외 가수들의 무대를 마련해 왔다. 윤 대표는 "음악에 대한 애정과 음악을 비즈니스화할 수 있는 감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흥행보다 다양한 문화행사를 만드는 데서 보람을 찾는다고 덧붙였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