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國증시] 금리인하 시기.폭 의견 엇갈려

세계 금융가의 관심이 4일간의 폐장끝에 17일 열리는 미국 증권시장에 쏠려있다. 과연 주가는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가. 업종별 기복이 심하겠지만 일단은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는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그러나 그 기간은 길지 않을 것이고 그 다음의 방향은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가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무역센터와 국방부 건물에 대한 사상 최악의 테러공격으로 움츠러든 소비심리와 투자심리를 회복시키기 위해 연준리가 0.25~0.5%포인트의 연방기금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올들어 8번째가 되는 이번 금리인하의 시기와 폭이 주가 움직임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금리인하 가능성은 이미 채권시장에 반영됐다. 테러공격 이후 이틀을 쉰 뒤 지난 13일 개장한 채권시장은 초강세(수익률 급락)를 보였다. 2년만기 재무부채권수익률은 연 2.90%로 급락했다. 이 채권수익률이 3% 밑으로 떨어지기는 지난 56년 3.03%를 기록한 이후 45년 만에 처음이다. 채권시장에선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연준리의 금리정책회의나 혹은 그 이전에 0.5%포인트 가량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셈이다. 연준리의 금리인하 폭이 클 경우 주식시장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는 애널리스트리들도 있다. 하지만 미국이 테러 주모자나 아프가니스탄 등 관련국에 대해 전쟁 수준의 보복공격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당장은 증시가 안정되기 힘들 것이란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지난주 유럽증시의 움직임도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해 준다. 테러공격 직후 폭락했던 유럽증시는 그 뒤 이틀간 회복세를 보이다가 금요일(14일) 각국별로 5~6%씩 떨어지는 등 다시 급락했다. 이에 따라 한주 동안 독일의 DAX지수는 13%, 프랑스의 CAC는 11%, 영국의 FTSE는 6% 하락했다. 레그메이슨투자관리회사의 리처드 클립스 애널리스트는 "유럽의 시장동향은 좋은 사인이 아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이번 테러사건이 분명히 경기침체를 가속화하겠지만 연준리의 대응도 가속화할 것"이라며 연준리의 대응여하에 따라 주가 움직임이 달라질수도 있다고 예측한다. 물론 금리인하의 시기와 폭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분석가들은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평소 소비자 신뢰도를 중시해 왔던 점을 감안할 때 금리인하가 조기에 그리고 큰 폭으로 단행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연준리에서 이미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했기 때문에 인하시기를 내달 2일까지 기다릴 것"이란 견해도 많은 편이다. 이번 테러사건은 증시 내부의 큰 흐름을 바꿔 놓을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채권이나 최근 몇 년간 인기를 끌었던 중소형주보다는 대형 우량주의 비중을 높일 것이란 전망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