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國의 '21세기 첫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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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영국과 합동으로 '21세기 첫 보복 전쟁'을 개시함으로써 향후 국내 증시는 500선을 중심으로 등락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공격에 대해 △ 국제적인 여론의 지지가 형성돼 있는 데다 △ 테러 이후 시장충격이 어느정도 흡수됐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테러 근거지를 확보할 수 있는 모종의 배경이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 공격을 개시한 이상 테러에 대한 응징효과를 최대화하면서 미국민의 명예를 회복할 정도로 라덴을 체포 또는 사살하거나 테러집단이나 비호세력을 무력화하는 등의 성과를 얻을 것이라는 예견이다.
물론 전폭기나 항공모함의 미사일 공격 이후 전과가 없을 경우 지상군 파견과 함께 게릴라전에 따른 장기전의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구 소련의 패퇴나 미국의 베트남 전의 쓰라린 '패배'를 다시 맛보게 될 것이라는 경계론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일단 미국의 보복공격은 현실화됐고 아직 단기에 마칠 지, 장기화될 지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개전으로 전쟁이 언제 일어날 지에 대한 불안감은 사라졌으나 보복 전쟁이 앞으로 어떻게 국제 금융시장이나 세계 경제에 영향을 줄 지 장담하긴 이른 시점이다.
현재 할 수 있는 것은 전쟁의 전개상황에 대해 주시하고 국제금융시장이나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나름대로 대안을 마련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일일 것이다.
◆ 충격은 일단 제한적, 전쟁 전개상황 주시 필요 = 미국의 공습은 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왔다. 그러나 그 충격의 강도는 '제한적'인 수준이었다.
국내 주가는 추석 전후 3거래일간 반등에 성공하면서 회복했던 500선을 내줬고, 휴장인 일본을 제외하고 대만,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주가가 모두 약세를 보였다.
특히 아프가니스탄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종교적으로 이슬람권이거나 정치적 리스카가 있는 동남아 지역의 시장은 주가가 급락했고 아시아권 통화는 모두 약세를 면치 못했다. 유럽 증시도 개장초 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증시가 비교적 차분한 가운데 주가가 크게 하락하지 안않았다.
이처럼 낙폭이 크지 않은 것은 △ 보복 공격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고 △ 테러 쇼크 이후 주가에 반영됐고 △ 국내외 긴급 정책대응이 있었던 데 따른 것으로 이해된다.
이에 따라 개전으로 인한 충격은 있으나 전쟁 불안감은 사라졌고 외국인 매수세도 투자심리에 안정감을 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테러 충격과 그에 따른 보복공격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방산업체를 제외한 일부 부분을 제외하고 소비나 투자 등 경기회복을 이끌어내는 거시변수에 좋지 않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의 의도대로 공격이 단기간 마무리되어 '승전보'가 전해질 경우 단기 낙폭과대에 따른 반등이 예상되기도 하지만 기술적인 차원을 넘어서면 결국 경기침체가 어디까지 진행되고 얼마나 장기화할 것이냐로 모아진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의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공격은 시점이 문제였지 예견된 것이고 반영돼 왔다는 점에서 큰 충격은 주지 않았다"며 "그러나 전쟁 충격이 500선 붕괴로 나타났기 때문에 향후 추가상승보다는 520을 상한으로 하는 조정 국면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공격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라덴측에서 결사항전과 추가 테러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며 "추가 테러의 공포가 진정되지 않고 돌출된다면 시장에는 또다른 악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영증권 투자전략팀 관계자는 "전쟁 자체의 불확실성으로 시세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반등한 종목에 대해서는 차익실현 관점에서 현금 비중을 높이는 게 나중 투자를 위해서라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정부의 전쟁 대응책 = 정부는 테러 충격에 따라 미국 경제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보고 단계별 비상대책을 밝히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것임을 공식화했다.
이날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주재한 민관합동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정부는 세계경제의 동반침체 양상이 심해지면서 회복시기가 2분기 정도 지연되고 우리 경제의 회복시기도 늦춰져 올해 경제성장은 2%대의 저조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테러사태 이후 수출이 계속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회복 뒷받침을 위한 내수진작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미 추진중인 재정·주택건설 등 분야별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한편 추가적인 내수진작책을 마련키로 했다.
재정의 경기대응 기능 강화를 위해 추가 국채발행 없이 이자불용액 등을 적극 활용한 경기 진작방안을 추진하고 5조1,000억원의 추경을 이달중 국회에서 통과시켜 연내 집행키로 했다.
또 내년 공공임대주택 건설사업은 상반기 중 공급물량을 크게 확대, 경기대응기능을 강화하고 올해 안에 택지 공급대책을 통해 내년 초부터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동절기 고용안정, 부동산 양도세의 탄력적 적용 등을 통해 소비심리를 안정시키고 증시 안정을 위해 중장기 상품을 개발하고 이에 세제지원 방안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전체적으로 정부는 △ 국지전, 조기수습 △ 국지전, 장기화 △ 전면전, 장기화의 3가지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사태전개에 따라 재정·금융·증시·외환 등 분야별로 대응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11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적인 금리인하 가능성도 예견되고 있다.
비록 금리인하의 경기대응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고 상황에 따라 국제유가가 오를 수 있어 인플레 우려감도 제기될 것이나 만약의 상황을 감안할 때 그 필요성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 미국 소비부문이 관건 =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역시 미국의 경기침체가 어디까지 갈 것이냐로 모아진다. 출발점에서 종착까지 열쇠를 쥐고 있는 최대 핵심 문제 중의 문제이다.
올들어 경기하강이 가팔라지면서 경기회복 신호가 뒤로 밀리고 급기야 테러 이후 연말 경기회복론이 물건너갔다.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말하는 '경기침체'(Recession)가 우려되고 있는 게 현 상황이다.
특히 테러참사로 미국 경제의 보루인 소비부문의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제조업 등 산업의 재고과잉 상황에서 금리인하로 단기 유동성이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이나 투자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따라서 소비부문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소비부문을 대표하는 경제지표로 오는 12일 발표될 9월중 소매판매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감원사태로 인한 고용·실업상황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의 오현석 선임연구원은 "전쟁 변수만 가지고 테러 충격으로 기록했던 460선대가 무너질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며 "결국 미국의 경제, 특히 소비부문에 미칠 충격이 어느정도인가에 따라 향후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미국 공격이 한두달 단기간에 정리된다면 단기적으로 V자 반등도 가능하다"면서 "그러나 펀더멘털상 미국 소비가 위축된다면 기업부실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내수부양책도 한계가 따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