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뉴라운드 연내출범..전망] 반덤핑.전자상거래..이견 좁힐까
입력
수정
다음달 9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릴 예정인 제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불과 17일 앞으로 다가왔다.
4차 회의의 최대 안건은 신 다자간 무역규범 등을 논의할 뉴 라운드의 출범 문제다.
1백42개 회원국들의 이목은 이번 도하 회의를 통해 뉴라운드가 정식 출범할 것인지 여부에 쏠려 있다.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원국들은 21일 폐막한 2001년도 정상회담에서 연내 뉴라운드 출범을 적극 지지하는 내용의 "상하이 선언"을 채택했다.
그러나 지난 99년 제3차 시애틀 각료회의에서 뉴라운드 출범이 농산물 문제 등을 둘러싼 각국의 첨예한 이해대립으로 좌초한 점에 비춰볼 때 이번 협상이 순항할 수 있을 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많다.
제대로 열릴까=이번 각료회의는 협상 의제 만큼이나 일정과 장소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WTO는 올 1월 일반이사회를 열어 11월 9일부터 13일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제4차 각료회의를 열기로 확정했다.
그러나 지난달 11일 미국의 테러참사와 이달 8일 미-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발발하면서 아라비아 반도에 있는 도하가 회의 개최로 위험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여곡절을 거쳐 일단은 당초 결정된 장소와 일정대로 도하에서 회의를 개최키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장소를 옮길 경우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에서 아랍권의 협력을 얻어내야 하는 미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쟁점=이번 각료회의에서는 우루과이 라운드(UR)의 후속 작업으로 농업 서비스 분야는 물론 반덤핑 보조금 투자.경쟁 서비스 환경 전자상거래 등 새로운 쟁점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지난달 26일 주요 의제를 담은 각료선언문 초안이 배포됐다.
그러나 의제 확정을 놓고 회원국들간 이견이 곳곳에서 치열하게 맞부딪치고 있다.
우선 협상의제 범위와 관련,한국과 일본 등은 가능한 한 폭넓은 이슈를 포괄적으로 다루자는 입장이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쟁점을 사전에 조율,의제를 축소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 등은 이해 대립이 심한 투자 환경 경쟁 등 새로운 이슈를 빼고 합의가 가능한 의제만을 다루자는 입장이다.
인도 등 개도국은 농업 서비스 분야 및 이와 관련된 유예기간 연장 등 UR에서 합의된 기존 협정을 검토하는데 한정할 것을 제안했다.
분야별 견해차도 크다.
농업의 경우 농산물 수출국들은 수출보조금을 철폐하고 국내 보조금과 관세를 줄일 것을 요구하는 반면 수입국들은 점진적으로 자유화하자는 입장이다.
반덤핑 분야와 관련,한국과 일본은 협정 개정을 주장하고 있으며 EU도 당초 반대에서 찬성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외국산 수입 규제에 "반덤핑" 규정을 가장 많이 써먹고 있는 미국은 의회와 업계의 압력을 들어 협정 개정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투자.경쟁정책의 경우 한국과 일본 EU 등은 회원국간에 평준화된 공통 규범을 만들 것을 주장하지만 미국은 양자간.지역간 협정을 지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인도 등 개도국은 아예 협정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환경 분야에서는 유럽 국가들이 의제화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며 이 문제가 채택되지 않을 경우 협상이 무의미하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과 싱가포르 한국 등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환경을 고려한 무역규제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