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무명밴드의 쓸쓸함 속 따스함

와이키키 브라더스(감독 임순례)는 무명밴드의 쓸쓸한 삶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본 작품이다. 흔히 쓰이는 영화세트와 테크놀로지를 배제함으로써 작품의 진실성과 사실성을 높였다. "스타"는 없지만 출연자들의 연기가 관객의 시선을 붙들만큼 흡인력 있다. 리더 성우(이얼),드러머 강수(황정빈),올갠주자 정석(박원상)은 삼류밴드의 역할로 뭇 삼류인생들과 교감을 시도한다. "와이키키브라더스"라는 밴드 명칭은 꿈과 현실의 괴리를 상징한다.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은 꿈과 낭만이 넘치는 동경의 대상이지만 와이키키브라더스가 겪는 현실은 처절하기 때문.쥐꼬리만한 수입으로 버텨가던 멤버들은 한명씩 빠져나가 당초 7명에서 나중엔 2명만 남는다. 남은 이들도 이곳 저곳으로 떠돈다. 단란주점에서 손님의 강권으로 나체로 기타를 치는 장면은 시사적이다. 젊은 시절 꿈꾸던 예술은 없고 쾌락을 위해 복종하는 씁쓰레한 인생이다. 의욕넘치는 기태(류승범)가 성우의 과거라면 알콜중독의 떠돌이 노악사는 암울한 미래를 상징한다. 밤무대에서 "너훈아" "이엉자" "너윤아" 등이 가짜 스타임을 알지만 사람들은 이들의 노래를 들으며 즐거워 한다. 밴드 멤버들의 사랑다툼도 각박한 현실과는 무관하다. 성우는 학창시절 첫 사랑(과부가 된 인희)을 만나 무대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며 시름을 잊는다. 이처럼 삼류로 살아가지만 그래도 인생은 살 만 한 것이라고 감독은 말하고 있다. 27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