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경기부양과 통신정책 .. 表鶴吉 <서울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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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은 지난 3월 이후 7개월째 월 평균 마이너스 13.4%의 속도로 줄고 있고 상반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마이너스 9.4%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나 KDI는 올 성장률을 2∼2.5%선으로 하향조정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하반기에 GDP 1%(4조7천억원)수준의 본격적인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정책보고서를 내놓았다.
미국은 이미 GDP 1%(1천억달러 내외)규모의 경기부양 대책을 추진중이며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시적인 조세감면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리도 대폭적인 조세환급이나 설비투자에 대한 감가상각확대 대책 등을 마련하지 못하면 디플레적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대통령은 10·25 재·보선 이후 민심수습 차원에서 연말에 대대적인 당정개편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당정개편이 예고되면 상당기간 행정공백이 초래됐던 선례를 볼 때 과연 효과적인 경기부양 대책이 현재의 정부 경제팀에 의해 성안되고 집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증권거래소의 최근 자료에 의하면 GDP 증가율 8.8%를 기록했던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사 가운데 62%가 마이너스의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기록했다.
결국 작년과 같은 호황속에서도 상장사의 62%는 영업수익에서 금융비용과 자본의 기회비용을 차감한 EVA가 마이너스를 기록,차라리 투자자금을 은행에 맡겨놓고 이자를 받는 것보다 못한 경영성과를 보인 셈이다.
향후 한국경제의 불황 심화를 우려하는 것은 미국 테러사건 이후 도래한 세계경제의 일시적 불황 때문이 아니라 이와 같이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불황 국면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극심한 불황속에서도 이동통신업체들의 3분기 실적은 다른 업종과 달리 크게 향상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KTF는 올 3분기 매출액과 순이익이 호황이었던 작년보다 각각 31%,1백12% 증가했다고 한다.
또 다른 후발사업자인 LG텔레콤도 각각 21.4%,52%의 증가를 실현했다.
오는 11월7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SK텔레콤은 이미 이동통신시장의 과반을 점유하고 있는 선발주자이기 때문에 훨씬 큰 규모의 매출액 및 순이익 증대가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모두 단말기 보조금폐지와 무선데이터부문의 매출 급증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동안 이동통신 서비스를 위해 투자했던 16조원의 일부가 회수되기 시작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동안 정부와 시민단체의 요구로 검토되어왔던 휴대전화요금인하는 6∼10%선에서 올해 말 또는 내년초부터 실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요금인하가 사업자들에 의한 자발적인 결정이 아니라 가격규제의 선상에서 검토되고 집행되면 IT(정보기술)산업의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 분명하다.
외국의 통신산업 전문가들은 오히려 한국 이동통신산업의 과당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휴대전화요금은 시민단체의 요구에 편승하는 독과점 업체에 대한 가격규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이동통신사업자간 자발적 요율결정,서비스 차별화 전략이 허용되도록 하는 경쟁촉진적 통신산업 정책기조 속에서 각사가 자유롭게 결정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한편 정보통신부는 휴대폰단말기 대리점들의 보조금지급행위에 대해 과징금 상한액을 매출액의 3%에서 5%로 상향조정하겠다고 한다.
대리점들이 자체매출을 올리기 위해 벌이는 판촉활동을 이동통신업체들이 감독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규제일변도의 통신정책은 통신산업의 경쟁촉진을 저해할 뿐이다.
IT산업의 경기 회복을 통한 경기부양이 절실한 현 시점에서 세계 통신기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유럽 일본업체들과의 무한경쟁을 염두에 둔다면 오히려 무선데이터부문의 이동통신 요율이나 음성 무선복합단말기에 대해서는 보조금지급을 허용해야 할 단계라고 본다.
현재와 같은 한국 경제의 복합불황이 IT산업의 침체에서 시작되었지만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경제전반의 경기회복도 IT산업의 경기회복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정책 당국은 과도한 규제정책으로 IT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통신산업마저 효자산업에서 부실산업으로 전환시키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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