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삶-소설속의 직업] (2) '세일즈맨'..높아지는 세일즈맨 위상

세일즈맨은 다른 장사와 달리 구매의욕이 없는 사람을 직접 찾아가 구매하도록 해야 하는 직업이므로 인간적인 수모를 감수해야 한다. 구매자로서도 예상치 않은 물건을 산다는 불유쾌한 기분이 든다. 그리하여 세일즈맨은 우리에게 두 가지 부정적 형태로 각인돼 왔다. 첫째 '세일즈맨의 죽음'(1949년)이라는 제목부터 그렇다. 미국 연극사에서 최대 걸작의 하나로 꼽히는 작품 아닌가. 작가는 한 때 명배우 마릴린 먼로를 아내로 두기도 했던 아서 밀러.30년간 세일즈맨으로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기대를 건 자식들은 타락해버렸고 자신은 회사에서 해고당한 채 보험금을 남기고 자살을 감행하는 이야기다. 둘째 알던 사람이 오랜만에 유난히 친한 척하는 표정으로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어오면 그는 십중팔구 세일즈맨이다. 그 사람의 화술에 말려들어 덜컥 계약을 하고는 가슴이 콩닥콩닥…. 그러나 날이 갈수록 세일즈맨의 위상은 높아가고 있다. 제품 정보에 대한 완전 학습,고객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마케팅에 성공한 억대 연봉자들이 돈을 잘 번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소비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사랑한 사람으로 존경받기도 한다. 세일즈맨의 유형도 다채로워지고 있다. 김형경의 '푸른 나무의 기억'(1995년)에 등장하는 '이색적인' 세일즈맨이 그 단초가 된다. 이 사내는 삭막한 도시에 꿈을 심으려는 '황당한' 사업 기획을 팔러 다니는 사람.당연히 실패하는 세일즈맨으로 그려졌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이같은 '아이디어 상품',즉 '콘텐츠 상품'이 고가로 '세일즈'되고 있다. 세일즈맨은 결코 죽어가는 직업인이 아니라 새로 떠오르는 직업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