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중국제품 質 아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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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홍콩에서 열린 해외 통신장비업체의 컨퍼런스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에게 줄 강아지 인형을 하나 샀다.
특정부위를 누르면 걷기도 하고 꼬리와 귀를 흔들며 짖어대는 유명 브랜드 인형이었다.
그런데 웬걸,집에 도착해 포장을 뜯고 버튼을 누르자 멍멍하고 짖기만 할뿐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잔뜩 호기심에 차있던 아이의 얼굴은 이내 실망스런 표정으로 바뀌었다.
인형에 붙어있는 라벨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메이드 인 차이나'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몇년전 같았으면 '그러면 그렇지,중국제품이 별 수 있겠나'란 생각이 들었을테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적인 통신장비업체로 부상하는 중국기업이 있고,하이닉스반도체를 인수하려는 중국 컨소시엄이 나올 정도가 아닌가.
중국경제는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섰으며 첨단산업분야에서도 곧 한국을 따라잡을 기세다.
그런 중국이 아직도 '불량'의 멍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금은 불량률을 1백만분의 3.4회 이하로 낮춘다는 6시그마 시대다.
기자가 1백만명중의 3.4인에 속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그런 만큼 중국은 아직 글로벌 스탠더드에서는 뒤떨어져 있다는 인상을 준다.
요즘은 제품 하나 하나의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씀으로써 고객의 마음 구석까지 감동과 만족감을 전해주는 배려가 경쟁력의 요체로 부각되고 있는 시대다.
중국은 아직 그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것 같다.
최근들어 국내에서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과 관련,'차이나 쇼크'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경제의 무덤'이란 극단적인 비관론도 대두되고 있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으로 중국경제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지 못하고 오로지 '성장속도'에만 마음을 뺏기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부자 몸조심'이라고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만 말이다.
소프트 경제시대에 맞는 세심한 상품개발과 품질경쟁력을 갖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된다면 중국을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중국의 참모습을 찬찬히 뜯어보고 이를 통해 국가전략을 꾸리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한 때다.
장규호 IT부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