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일자) 경기국면 섣불리 낙관할 일 아니다

올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8%로 99년 1분기 이후 가장 낮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외 경기둔화 추세에다 미국 테러사태까지 겹쳐 올 3분기 경제성장률이 최악을 기록하리라는 것은 이미 각오했던 일이다.오히려 한은이나 경제연구기관들의 전망치 1% 안팎과 비교하면 예상보다 훨씬 좋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올 4분기 성장률이 2%대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우리경제가 이미 경기저점을 통과한 것이 아니냐는 성급한 기대조차 없지 않다. 이같은 낙관론은 정부쪽에서 더욱 두드러진 감이 있다. 올 3분기 경제성장률 1.8%중 재정부문의 기여가 0.9%로 절반이 넘는다는 재정경제부 발표만 봐도, 두차례에 걸친 추경예산 편성 등이 상당히 주효했던 것은 사실이다. 같은 맥락에서 진념 경제부총리가 오는 2003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에 집착하지 않고 재정적자 규모를 GDP 대비 1% 수준으로 확대해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겠다고 다짐한 것은,내년도 경제성장률이 3∼4%대로 높아지리라는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빨리 끝나고 선진국들의 정책공조가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경기회복이 앞당겨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나쁘지 않다고 해서 경기국면을 섣불리 낙관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제성장 내용이 부실하다는 점이 문제다. 올 3분기 경제성장은 건설수주 증가와 서비스업의 호조에 힘입은바 크며 제조업과 수출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당장 9월만 해도 설비투자가 6.1% 감소하는 등 실물부문의 투자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수출도 20% 가까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소비의 양극화 현상과 청소년층의 심각한 취업난도 취약한 경제기반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내년이 본격적인 경기회복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보고 있다. 관계당국이 임기말에다 잇따른 선거를 의식해 눈치만 보고 구조조정과 경제개혁을 소홀히 할 경우 내년 이후 경제사정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얘기다. 물론 경기회복을 위해 금리인하와 적자재정을 통한 내수진작 노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투자증가와 수출촉진을 통해 실물경제를 살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기업활력을 북돋우는 일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획기적인 규제완화가 시급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