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철강협의] 美, 설비 20% 감축안 제시 .. '무얼 논의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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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철강업계가 자국내 생산설비 20% 감축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져 전세계의 철강 과잉설비 감축논의가 급속히 진전될 전망이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는 28일 정부종합청사에서 한.미 철강 양자협의를 갖고 다음달 17∼18일 파리에서 열리는 제2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철강 고위급 회의에 앞서 과잉설비 감축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국측 대표인 최혁 통상교섭본부 통상교섭조정관은 "미국측이 자국 업계의 과잉설비 감축 규모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한국도 설비 감축에 협조해 줄 것을 요구했다"며 "우리의 감축 규모는 업계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 거세지는 미국 공세 =파리아 셔저드 상무부 수입담당 차관보는 이날 협의에서 "미국 철강업계가 총 생산설비(1억1천6백20만t)의 20%에 육박하는 2천2백만t을 감축 목표로 정하고 과잉설비 해소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한국측에 상응하는 설비 감축을 요구했다.
미국 대표단은 한국 방문에 앞서 유럽연합(EU) 러시아 우크라이나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철강 생산국들을 잇달아 방문, 각 국의 감축 목표에 대해 협의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철강산업 피해판정과 관련, 미 무역대표부(USTR)의 플로리젤 리저 산업.통신담당 대표보는 "다음달 ITC의 구제조치 건의 여부를 지켜본 뒤 한국 EU 일본 등 관련 당사국과 협의하겠다"며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꺼렸다.
◇ 한국의 대응 =최혁 조정관은 국내 철강 설비 감축에 대해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전기로 생산설비의 약 35%(5백만t) 이상을 감축한데 이어 추가감축을 추진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감축 규모는 업계가 자발적으로 정할 문제일 뿐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된다는게 한국측 입장이다.
한국보다 미국의 과잉설비가 훨씬 심각한 만큼 한국업체들이 미국 업계의 감축비율만큼 줄일 수는 없다는 것.
한국측은 또 미국 철강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원인은 자국 산업의 비효율성과 구조조정 지연 때문이라고 지적, ITC의 피해판정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 전망 =미국 철강업계는 지난 20일 USTR에 구조조정안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정부는 이를 토대로 제2차 OECD 철강협의에서 다른 나라들의 과잉설비 감축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도 이달 말까지 업계의 자율 감축안을 제출토록 해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OECD 협의에서 대폭적인 설비 감축 합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멕시코 등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미국은 수입철강에 대해 강력한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정부는 미국이 대폭적인 세이프가드 조치를 취할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기구에 EU 등과 함께 공동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정한영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