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속 외국기업] 정보통신 : '한국오라클'..고정관념 없애 매출 쑥쑥
입력
수정
한국오라클(대표 윤문석)에는 직급 호칭이 따로 없다.
사장 부사장 본부장 그룹장 실장 팀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별도 직급없이 회사 내부에서는 "~씨"또는 "~선생님"으로 불린다.
"선생님"은 나이차가 많이 나 "씨"라는 호칭이 어색한 경우를 위한 차선책이다.
결과적으로 전 직원 8백50명 가운데 7백명 이상이 별도 타이틀이 없는 셈이다.
국내 기업 어디나 있는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의 직급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
한국오라클이 직급을 폐지한 것은 지난 99년 7월이다.
이때까지 한국오라클은 대다수 외국계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식 직급과 본사 체계에 따른 타이틀,2가지를 병행해 쓰고 있었다.
영업담당 부장과 세일즈 매니저(Sales Manager)라는 직책 명칭을 명함 앞뒷면에 함께 쓰는 것은 그렇다 쳐도 과장 대리 등 직급은 영문으로 표현할 길이 없어 영문 직급 하나에 국내 직급 2~3가지가 함께 쓰이곤 했다.
이런 혼란을 막고 영문과 한국식 타이틀을 통일시킨 결과가 지금의 직급 폐지이다.
직급을 없애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었다.
특히 외국계 IT(정보기술)업체들로부터 "없애보니 어떻더냐"는 우려섞인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직원들은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젠 아무 문제 없다"고 대답한다.
김일호 부사장은 "직급 파괴의 가장 큰 목적은 자유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첨단 IT분야에서는 유연성과 팀웍이 중시되는데 보다 유연하고 자율적인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약간은 "무리"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직급 연령 등에 얽메이지 않은 풍토를 얘기하며 "85학번 팀장 아래 80학번 팀원이 있기도 하고 팀장보다 팀원 연봉이 높은 경우도 많다.
영업실적은 뛰어나지만 관리업무를 좋아하지 않는 직원들은 연차에 관계없이 일반 팀원으로 일한다"고 전했다.
자율성과 유연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는 업무 형태에서도 드러난다.
이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업무 테두리와 목표만 정해주고 구체적인 처리방식은 각자 정하도록 한다.
윗사람 또는 상급부서가 지침을 내리면 아랫사람은 이를 충실히 따르는 식의 업무방식은 한국오라클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담당자가 막강한 권한을 갖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을 마친뒤 실적을 놓고 냉정하게 평가하기 때문에 합리성을 벗어난 자의적 일처리란 상상하기 힘들다.
국내 대기업에 있다가 지난해 한국오라클로 옮긴 한 직원은 "전 직장에서는 결제 한번 받는데 보통 4~5명의 상급자를 거치느라 2~3일까지 걸렸는데 여기서는 대부분 결제가 e메일로 끝난다"고 말했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2달에 한번씩 전 직원 커뮤니케이션 미팅도 갖는다.
이 자리에서는 업무차 고객사에 나간 직원을 뺀 전직원이 모여 자유롭게 현안을 논의하고 토의된 내용은 인사팀에서 모아 업무에 반영토록 한다.
목표를 위해 모든 에너지를 결집하고 부가적인 절차나 고정관념은 과감히 생락하는 한국오라클의 기업문화는 매출성장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1999년(회계연도.1998년 6월~1999년 5월) 8백44억원이던 한국오라클의 매출은 2000년 1천3백억원,2001년(2000년 6월~2001년 5월) 2천1백억원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