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재외동포법과 노동시장 .. 朴英凡 <한성대 경제학 교수>
입력
수정
지난 11월29일 헌법재판소는 중국과 옛소련의 동포 및 그 자손들이 재외동포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따라서 현행 재외동포법은 오는 2003년 말까지만 인정되고, 정부가 이를 개정하지 않으면 2004년부터는 효력이 상실된다.
1999년 제정된 재외동포법이 중국동포 등을 제외시킨 것은 중국측이 중국동포를 외국국적 동포에 포함시키는 것에 반발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헌재의 결정취지대로 관련법이 개정되면 중국동포 등도 거소신고증(주민등록증 대행)을 발급받게 돼 취업, 부동산 취득 및 보유 등 경제활동에서 내국인과 동등한 권리를 갖게 된다.
2백50만명으로 추정되는 중국 및 옛소련의 동포들이 들어 와 활동하게 되면 국내 노동시장은 엄청난 충격이 예상된다.
외국인력은 90년대 초반 이후 제조업부문, 특히 3D업종의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유입되기 시작해 현재 33만여명이 국내에 체류하고 있다.
이 가운데 74%인 24만여명이 불법체류자다.
외환위기 발생직후 불법체류 외국인력이 한때 줄어들기도 했으나, 경기회복과 함께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최근 들어서는 월 7천명씩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불법체류자중 절반이 중국출신이고, 이중 중국동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단순기능 외국인력의 취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다만 중소제조업체의 심각한 인력난 해소를 위해 산업연수생 자격으로 8만명 한도에서 외국인력 도입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절반 가량이 이탈, 현재는 4만3천명의 산업연수생이 있다.
헌재의 결정에 따라 관련법 개정을 검토하는 경우 국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지난 번 재외동포법 제정 때 중국정부의 반발 때문에 중국동포 등을 제외시켰으므로, 이번 법 개정에서도 정부가 중국 러시아 동포들에 대해 재미 재일동포 수준까지는 개방하지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비자 발급이나 출입국 과정에서 헌법에 위배되지 않을 정도의 제한을 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교적 고려에 의한 이같은 편법적인 접근보다는 국내 노동시장 상황, 해외 동포의 경제활동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국민정서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중국동포 등에 대해 국내인과 동등한 경제활동을 허용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단순인력 노동시장을 해외동포에게 완전 개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몇년 간 고용허가제의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격렬했는데, 헌재의 결정에 맞추어 재외동포법을 개정하면, 고용허가제보다 한단계 높은 노동허가제를 도입하는 것과 같다.
지금까지 정부의 단순기능 외국인력 정책의 기조는 순환원칙에 의해 그들이 국내에 장기체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독일이나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은 지난 50,60년대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외국인력을 도입해 장기체류를 허용했다.
그런데 70년대 이후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계속 체류함에 따라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중국동포 등에 취업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순환원칙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은 90년대 이후 인력난 해소를 위해 원주민 이주정책을 도입, 남미로 이주한 일본인 2,3세의 국내 활동에 내국인과 동일한 권리를 주었다.
그러나 니켄진이라 불리는 이들 일본인 후손들은 언어나 문화적 차이로 일본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 기대한 만큼 많은 니켄진들이 입국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중국이나 옛소련에는 기회만 되면 입국해 취업하려고 하는 한국어를 구사하는 몇십만명의 동포들이 있다.
국내에 취업하기 위해 이들이 알선업자에 지불하는 비용은 수백만원 내지 수천만원씩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헌재의 결정에 따라 관련법을 개정할 때,이같은 점을 면밀히 검토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ybpark@hansung.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