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정보화 大賞] 건설업 대상 : '고려개발'..본사-산골도 실시간

고려개발은 철저한 자기반성과 구조조정을 통해 정보화 우수기업으로 거듭난 중견 건설업체이다. 이 회사는 지난 87년 심각한 자금난에 처해 법정관리를 받게 됐다. 경험에 의한 비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원가관리 소홀 등이 문제였다. 지난 95년 취임한 오풍영 사장은 업무절차를 혁신하고 투명경영을 실현해야만 회사를 살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건설회사"를 지향하는 "비전21"을 선포하고 정보화에 착수했다. 정보화 전략으로는 업무절차혁신(BPR)과 건설통합관리(CIM)시스템 구축,품질혁신(ISO)을 동시에 추진하는 방식을 택했다. 우선 7개 건설업체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선정,분석한 뒤 수주 공사준비 시공 고객지원 공사지원 등 공정별로 프로세스를 재설계했다. 이와 동시에 품질경영 방침을 밝힌 뒤 ISO 부서를 만들고 의식개혁을 추진했다. 재설계된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CIM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기획.관리,영업,설계.기술,시공 등 각 부문을 전산망으로 통합했고 본사와 전국 50여개 현장을 전용회선으로 연결했다. 강원도 산골 현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시만 해도 CIM은 금융업계나 일부 제조업체에서는 보편화됐지만 건설업체로선 획기적이었다. 시스템 구축은 97년 중 끝났다. 이 시스템을 갖추고 난 뒤에는 일일결산이 가능해졌다. 현장에 투입된 인력 자재 장비 등을 당일 집계해 원가를 산정하고 손익을 따져볼 수 있다. 또 계약 후 반년 남짓 걸리곤 했던 실행예산서 작성 및 승인을 2개월내에 마칠수 있게 됐고 관리비 금융비 등이 줄어 원가의 95%를 밑도는 가격으로 수주해도 이익을 낼 수 있게 됐다. 고려개발은 지난해부터는 2002년을 목표로 CIM시스템 고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e스피드넷"이란 전자입찰시스템을 구축,올해부터 자재를 온라인으로 구매하고 하도급 공사를 전자입찰에 부치고 있다. 이에 따라 구매나 외주 과정에서 잡음이 사라졌다. 기상정보 사이트도 개설해 전국에 산재한 공사현장에 실시간으로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현장에 웹카메라를 설치,본사나 발주처에서 인터넷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했다. CIM 덕분에 고려개발의 경쟁력은 획기적으로 강화됐다. 간접부문 인력이 감소,87년 49%나 됐던 본사직원비율이 30% 미만으로 낮아졌고 종업원 1인당 매출은 87년 1억원에서 99년 7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재무구조도 탄탄해졌다. 회사가 벼랑으로 몰린 87년에는 매출(5백12억원)보다 큰 적자(5백99억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3천4백59억원의 매출과 1백76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98년 9월 고려개발은 마침내 법정관리에서 벗어났고 건설업계의 벤치마킹 대상,학계의 연구대상으로 떠올랐다. 고려개발의 정보화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공정과 원가를 통합관리하는 EVMS(수익가치관리시스템)이다. 고려개발은 지난해부터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공동으로 EVMS 정부표준안을 만들고 있고 내년 3월까지 도입을 마칠 예정이다. 이 시스템이 가동되면 공사비 증액이나 공기지연을 예방할 수 있고 보다 투명하게 공사를 관리할 수 있게 된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