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금융읽기] 출범 10년째 맞는 러시아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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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2월25일,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소련 대통령직을 사임함에 따라 '붉은 제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시장경제를 기치로 내세운 러시아 공화국이 탄생했다.
그후 10년째를 맞는 러시아 경제는 최근 무서운 속도로 부상하고 있다.
경제성장은 99년 이후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선 데 이어 올해도 최소한 5%대의 성장률은 무난히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국채시장도 유망한 투자처로 부각되고 있다.
JP 모건에 따르면 올 들어 러시아 채권지수의 상승폭은 이머징마켓 채권지수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불과 3년 전 외채상환 불이행(모라토리엄)으로 커다란 충격을 줬던 점을 감안하면 놀랄만한 일이다.
출범 이후 한동안 혼미상태가 지속됐고 최악의 외채 부담으로 고통받아왔던 러시아가 이처럼 급부상하는 데에는 크게 두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하나는 푸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추진해온 개혁정책이 실효를 나타내고 있는 점이 꼽힌다.
푸틴 대통령은 옐친 대통령 시대에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의 개혁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연금·재정·조세·토지 등 개혁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현지 전문가들은 '제2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를 맞고 있다고 말한다.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99년 이후 강세국면을 지속하고 있는 것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친서방 정책이 변하고 있는 점이다.
특히 외채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는 것이 국제사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까지 러시아의 외채정책은 런던클럽과 파리클럽에서 결정된 외채탕감 여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수동적 자세로 일관해 왔다.
올해 들어서는 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서방국가와의 관계개선 노력으로 대외신용이 회복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국제 기채(起債)시장에서 다시 유로채 발행이 가능해지면서 러시아는 외채를 상환하거나 상환기간을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결국 경제 여건이 개선되고 외채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러시아는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유망한 투자대상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러시아의 외채문제는 내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2003년에 또 한차례 고비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의 대(對)이란 미사일 개발 지원 의혹,미사일 방어체제(MD)를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 등이 표출되면서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될 소지도 있다.
러시아 내부적으로도 높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부정부패,빈부격차,빈약한 산업경쟁력,마피아 경제 등 고질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다.
올 하반기 이후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따라서 러시아 경제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유망한 투자대상 국가로 남아 있을 수 있는가 하는 점은 이같은 내부 문제의 해결 여부와 세계경기 및 국제원자재 가격의 향방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기는 늦어도 내년 하반기 들어서는 회복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가도 15달러 이상은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러시아의 가입문제도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푸틴 대통령의 개혁정책은 올 상반기에 마련된 △기업환경 관련 7개 법안 △재정개혁 관련 7개 법안 △은행 관련 3개 법안을 토대로 탄력을 받고 있다.
러시아 국민들도 푸틴 대통령의 개혁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지지를 보내고 있다.
결국 이런 점들을 감안해 보면 러시아 경제는 내년에도 계속 높은 성장세를 보이면서 투자유망 지역으로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는 중국 경제와 함께 출범 10년째를 맞는 러시아 경제를 주목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