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허공 쏘는 경제전망들..姜萬洙 <디지털경제硏 이사장>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4% 이상 올리기 위해 예산을 조기 집행하고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한다. 한국은행은 내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돼 내년은 3.9%로 완만하게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고,KDI는 최근 들어 내수경기가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고 반도체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자 지난 10월 말 발표했던 3.3%를 4.1%로 수정했다. IMF는 최근 '9·11 뉴욕 테러공격'의 영향을 감안하지 않은 지난 10월의 '세계경제전망'을 수정해 내년의 세계경제전망을 3.5%에서 2.4%로,미국 일본 유로지역 등 주요선진국은 1.9%에서 0.6%로,한국은 4.5%에서 3.2%로 수정했다. 사상 최대규모인 1천3백20억달러의 디폴트가 발생한 아르헨티나 경제위기로 환율이 급등하고 주가가 하락해 불확실성은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올해의 경제에 대해서는 당초 정부를 포함해 대부분 5%대로 전망했으나 지금은 2%대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작년 말 5.3%,올해 2월 4%,6월 3.8%로 수정하다가 12월 들어 2.8%로 전망하고 있다. KDI도 작년 말 5.1%,4월 4.3%,7월 4.0%,10월 2.2%,11월 2.5%로 내려오다가 12월에 2.7%로 전망했다. 민간연구소나 외국금융기관도 당초 5%대의 전망에서 최근에는 2%대로 전망해 틀리기는 마찬가지다. 비싼 돈 들여 예측한 전망이,빗나가는 정도가 아니라 '허공'을 쏘고는 땅바닥으로 떨어져 신뢰성 50% 정도의 낙제점이다. 기업의 의사결정을 혼란케 하는 이런 전망은 차라리 하지 않았던 것만 못하다는 소리도 들린다. '허공 쏘는'식의 엉뚱한 경제전망들이 난무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지금은 세계가 '지구촌'이 돼 모든 나라의 변수들이 리얼타임으로 모든 나라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9·11 뉴욕 테러공격'같은 경제외적 요인에 동시불황의 늪에 빠진 세계경제가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종래 예측모델의 신뢰성은 떨어지고 있다. 더구나 경기가 대통령임기 주기로 순환되고 있는데다가,은행의 자기자본비율 8%와 기업의 부채비율 2백%는 기업대출을 묶고 있고,자기자본 25%의 계열기업 투자한도는 투자활동을 막고 있다. 기업의 투자결정을 'Wait and see'로 몰아갈 내년 대통령선거라는 '시장외적인 변수'는 모델에 반영하기 어렵지만 영향은 크다. 그리고 반도체 조선 자동차 철강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전 산업의 가격경쟁력이 중국에 밀리고 있고,일본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고비용·비효율'이라는 구조적인 취약점에다가 과격한 노조는 우리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반도체 등을 제외하고는 미국의 IT산업 불황에 상관없이 이미 미국시장에서 밀려 있었기 때문에 미국의 불황에 영향을 적게 받은 것이지,구조조정이나 펀더멘털과 상관이 크지 않다. 미국의 불경기 때문에 마이너스 수출과 성장률을 나타내는 대만 홍콩은 미국경제가 살아나면 회복력도 강할 것이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비행기가 랜딩할 때 컴퓨터보다 사람의 눈에 의존하듯이,지금은 기업인 스스로의 경험과 직관에 의한 예측이 '틀리면 말고'식으로 허공을 향해 '희망'을 쏘고 있는 컴퓨터 계량모델보다 나을 듯싶다. 지난 7월 다산칼럼에서 틀리기를 바라며 한번 해 본 예측이 현재까지 비슷하게 맞아 그 일부를 옮겨 본다. "우리 경제는 박정희 대통령 후반기 이래 대통령의 임기를 주기로 해 경기가 순환돼 왔다. 1995년 이후 GDP성장률은 95년 8.9%를 정점으로 96년6.8%,97년 5.0%,'환란'이후 3년간 평균 4.3%(98년 -6.7%,99년 10.9%,2000년 8.8%)로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왔고,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3%대가 되고 내년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원자재수입이 줄어드는데 무엇으로 생산을 해서 하반기에 경기가 좋아지며,자본재수입이 감소하는데 무엇으로 투자를 해서 내년의 경제가 좋아질 수 있을까" 내년의 세계경제를 어둡게 보는 IMF의 전망과,중국에 밀리면서 기업과 은행과 정부가 '동반부실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현실을 두고 보면 아무래도 '내년은 올해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예감을 지울 수 없고,어쩌면 '일본형 장기불황'이 남의 얘기 같지 않다는 불길한 생각마저 든다. mskang36@unit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