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금융읽기] 올해 환율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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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연말 한달동안 원화 환율이 급등하고 환율변동폭이 크게 확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국내 기업들은 어느 곳보다 이같은 환율불안에 따른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말 환율이 급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외환당국이 보인 입장은 엔화 환율변화든 외국인자금 유출입이든 예기치 못한 환율변동요인이 발생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원화 환율의 움직임은 시장자율에 맡긴다는 것이었다.
국내외환시장 여건도 외환보유고가 1천억달러를 넘기면서 추가 외환적립에 따른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아 외화유입에 따른 당국의 완충능력이 많이 떨어졌다.
반면 연초부터 인플레 압력이 갑작스럽게 높아짐에 따라 원화 환율이 급등할 때 달러매도 개입을 통한 외환시장 안정노력에도 한계가 있는 상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올해 대내외적으로 환율변동요인이 발생하더라도 그때 그때 시장에서 흡수해 나간다는 게 우리 외환당국의 기본방침으로 이해된다.
올해에도 많은 변수가 외환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나 대체로 1·4분기까지는 엔화 환율에 의해 원화 움직임이 좌우되고 그 이후에는 외환수급요인이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단 대외여건은 좋지 않다.
현재 일본경제가 처한 여건을 보면 지난해말부터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엔저 기조가 꺾여 원화 환율의 안정요인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올해도 당분간은 엔화 환율에 따라 원화 환율이 움직이는 지난해말 외환시장 모습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극단적으로 엔화 환율이 일본 정부가 용인하는 마지노선인 1백40엔선까지 올라갈 경우 원화 환율도 1천4백원선까지 갈 수 있다는 전제를 국내기업들이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나 외환당국의 태도를 감안하면 엔화 환율이 급등할 때 원화 환율이 동반 상승하는 것을 그대로 용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도 지난해과 마찬가지로 4월을 고비로 외환시장의 모습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3월말 일본기업들의 회계연도 결산이 끝나고 국내경기가 회복될 경우 외환시장은 외환수급요인에 의해 환율이 결정되는 정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원화 환율도 점진적으로 하락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연초 시장상황을 보면 이보다 빨리 올 개연성이 크다.
외환수급요인을 따진다면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좋지 않을 전망이다.
경상거래 측면에서는 경기회복의 과도기적 단계에서는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앞질러 무역수지가 더 악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요 예측기관들은 지난해 90억달러 내외의 흑자를 기록한 경상수지가 올해는 절반 이하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 관건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외국인자금이 얼마나 유입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단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추가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은 지난해보다 좋지 않다.
증시에서 어느 정도 목표수익률을 달성한데다 구조조정의 과도기에 선진금융기법을 갖고 있는 외국인들이 누릴 수 있는 이익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는 경제기초여건(펀더멘털)의 획기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외국인들이 계속 자금을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대부분 예측기관들은 올 하반기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5%대 이상의 경제성장률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이 점에서도 외국인들의 추가투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2·4분기 이후 외환수급요인에 의해 국내외환시장 움직임이 좌우되는 여건이 형성된다 하더라도 원화 환율이 크게 떨어지기 어렵다.
특히 경기가 전환점에 놓여 있을 때 환율,금리와 같은 가격변수의 변동폭이 커지는 과거의 경험으로 볼때 올해 국내기업들은 특별히 위험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