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혼돈 新질서] (1) (전문가 관점) 금융 등 구조개혁 불가피

일본경제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작년 말부터 진행된 급격한 엔 약세가 일본경제에 대한 비관적 관점을 부채질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수단''이 고갈되었다는 것이다. 제로금리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다 효과도 기대할 수 없는 경기부양책은 고이즈미 개혁과 상치되는 정책이다. 지난 1997년의 아시아 통화위기 교훈을 벌써 잊지는 않았겠지만 일본의 정책당국은 엔 약세로 수출부진과 디플레이션 난국을 돌파하겠다는 처방을 내린 듯 하다. 미국은 테러사태로 정신이 없는 데다 세계 동시불황을 저지하기 위해 엔 약세를 ''용인''할 태세다. 미.일 양국의 경제 펀더멘털의 차이도 엔 약세 기조다. 일본의 경상흑자와 미국의 경상적자가 각각 감소세로 돌아섰고 미국의 연이은 금리인하와 일본의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실질금리차도 상당히 축소되었다. 하버드대의 제프리 삭스 교수는 일본경제의 회생을 위해 달러당 1백45엔까지 절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IT(정보기술) 경기가 올 하반기부터 회복되고 엔 약세로 수출이 증가해도 일본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적다. 왜냐하면 지금 일본경제는 대대적인 구조개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G7 국가 중 최악의 상태인 재정적자는 일본의 국제신인도가 걸린 문제로 수년 내에 해결하기는 어려운 과제다. 또한 기업들도 고실업 아래서 종신고용 관행을 깨고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고비용 구조의 일본에서는 제조업이 설 기반을 점점 잃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기업들도 작년부터 중국 붐을 타고 중국으로 제조거점을 옮기고 있다. 산업 공동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공동화를 메워줄 신산업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일본경제는 새로운 발상으로 대전환을 시도해야 하는 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민들은 아직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리더도 없고 합의제의 정치시스템도 문제다. 이러한 일본의 상황을 영국인 저널리스트는 ''골든 리세션''이라 했다고 한다. 표면적으로는 전혀 위기를 느낄 수 없다는 뜻이다. 유일한 희망은 신기술과 신산업에 대한 열정은 아직도 강하다는 것이다. 불황 속에서도 나노 바이오 등에 대한 연구개발투자는 지속하고 있다. 신산업 개화로 새로운 도약을 기대할 수 있을 때까지 일본은 동면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우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