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패스21' 관련 한경 공정보도 집중분석] 취재원칙 지킨 결과

중견언론인들이 만드는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www.pressian.com)은 14일자 ''한국경제신문이 경제전문지 가운데 유독 윤태식 게이트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던 까닭은?''이란 제목의 톱기사를 실었다. 다음은 프레시안의 보도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 차가우리만큼 객관적이었던 한경의 보도 =검색결과 패스21이 언론에 알려지기 시작한 지난 99년 이후 윤씨 구속 직전까지 한국경제의 패스21 관련기사는 모두 24건으로 조사됐다. 기사도 대부분 1단 등 짤막한 단신으로 처리한 경우가 많아 1면 머리기사와 인터뷰 사설 등을 포함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매일경제신문이나 서울경제신문과는 큰 차이점을 보였다. 윤씨 기사가 맨처음 지면에 등장했던 99년말 당시는 ''벤처 주식붐''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였다. 따라서 당시 다른 경제신문들이 경쟁적으로 대서특필하던 윤씨의 패스21 기사를 한국경제신문만이 짤막하게 1단 처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나. ◇ 한경의 윤씨 취재 당시 정황 =그 이유를 한경 지면에 패스21 관련기사를 맨처음 보도했던 김낙훈 벤처중기팀장에게 들어봤다. 당시 그는 벤처중기부 차장이었다. "99년말 윤태식씨가 다른 사람 소개로 회사를 찾아왔다. 당번이던 내가 윤씨를 만나 편집국장석 옆에서 인터뷰를 하게 됐다. 그러나 제품을 본 것도 아니어서 미심쩍은 생각이 들어 윤씨의 전력을 물어봤다. 그랬더니 홍콩에 있었다며 영화를 찍었다고 하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찍던 사람이 어떻게 세계적인 단말기를 개발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단신 이상으로 처리하기는 곤란하다는 보고를 데스크에게 하고 1단으로 처리했다" ◇ 패스21 반발하기도 ="혹시 윤씨로부터 주식을 주겠다거나 사라는 제안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김 팀장은 "그런 일은 없었다"면서 당시 패스21과 있었던 갈등을 소개하기도 했다. "주식 등을 제공하겠다며 접근한 적은 없다. 워낙 냉정하게 깔아뭉갰기 때문에 ''왜 냉대를 하느냐''며 반발을 하기도 했다. 한번은 집요하게 기사화를 부탁하는 패스21 관계자 한 명에게 하도 화가 나서 ''소문이 안좋다. 이상한 말이 돌고 있는데 앞으로는 자료도 보내지 말라''며 신경질을 내기도 했다. 그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윤씨쪽에서는 주식같은 걸 갖고 접근하는 건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당시 벤처중기부장이던 고승철 현 동아일보 경제부장은 그 무렵 상황을 다음과 같이 회상했다. "김낙훈 차장이 패스21 보도건을 협의하면서 ''이상하다''는 얘기를 했다. 이에 판단한 대로 기사를 쓰라고 했다. 얼마 뒤 윤씨가 윤리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벤처를 한다는 사람이 윤리에 문제가 있다니, 말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경이 윤태식 게이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취재 일선에서 기자가 정확한 판단을 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 한경 보도는 취재원칙의 ABC를 지킨 결과 =한경의 보도는 ''원칙''을 지켰다. 언론의 원칙이란 사실상 대단히 간단한 것이다. 일선 기자가 취재의 ABC에 기초해 취재원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의심이 가는 부분을 부단히 파고드는 것이다. 이때 데스크는 일선 기자의 판단을 믿고 존중해야 한다. 일선 기자의 ''현장감각'' 만큼 믿을 만한 것도 따로 없기 때문이다. 한경이 윤태식 게이트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일선 기자가 냉철하게 취재의 원칙을 지켰고, 데스크 또한 일선기자의 판단을 믿고 이를 존중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면 다른 경쟁지들은 ''원칙''을 지키는데 실패했기에 윤태식 게이트의 거미줄에 하루살이처럼 걸려들 수밖에 없었다. 서울경제의 경우 사장 부부가 패스21 주식의 10%를 지닌 대주주였다. 주식취득 과정의 합법성 여부를 떠나 사장 부부가 대주주인 기업에 관한 기사를 밑의 직원들이 냉정하게 보도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서경이 패스21 보도를 1면톱과 사설로 내보낸 것에 대한 언론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매일경제 또한 취재라인에 있었던 담당기자와 두 명의 데스크를 포함한 다섯 명의 기자가 패스21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비판적 거리''를 가능케 하는 최소한의 내부 자율장치마저 붕괴된 것이다. 정리=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