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개인투자자를 위하여 .. 尹桂燮 <서울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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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대세 전환이 오고 있는 것일까? 올해 들어서도 저금리기조가 지속되자 금융시장의 넘쳐나는 자금이 투자처를 찾아 나서고 있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해 ''부동산 투기 안정책''이 나오는가 하면,11조원이 넘는 증권투자 예탁금이 증권시장에 대기하고 있다.
세계 경기가 회복되는 조짐인지 모든 나라가 경기부양책으로 쓰던 금리인하를 하지 않고 있고,우리 경기도 바닥을 통과했다는 시각이다. 넘치는 금융장세에 경영실적까지 가세하면 대형 상승장세가 예상된다.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증권시장에선 거래량이나 거래금액면에서 개인투자자들의 활약이 눈부시다.개인투자자가 기관투자가를 능가하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중국 대만 정도인데,그 중에서도 우리는 기관이나 외국인투자 금액의 4배 이상을 개인들이 거래하고 있다.
많은 나라의 증권정책이 개인투자자의 투자를 장려하는데,이는 기관투자가들의 장기보유 성향으로 인한 ''증권 유동성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80년대 일본은 자국의 ''기관화 현상''때문에 고민하다가 개인투자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 조사단을 파견한 적이 있다.
그러던 우리나라 기관투자가가 오늘날 맥을 못추게 된 원인은 정부정책에 순응하다 골병이 들었기 때문이다.
투자신탁을 중심으로 한 기관투자는 개인들의 간접투자인데,주가지수가 내리면 환매가 늘어 보유증권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주가유지기능을 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증시대책을 투자신탁 중심으로 해서 손발이 묶여 있었고,연금이나 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는 주식투자비중이 아주 낮았다.
개인투자자들은 으레 외국인이나 기관에 비해 희생양으로 비쳐지고 있으며,많은 경우 주가가 올라도 대형 우량주를 갖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은 허탈해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인투자자들이 증권투자에 실패하는 이유는 투자 수익에 대한 과잉 기대와,투자종목에 대한 정보 부족 및 권유에 따른 단기보유로 인해 매수·매도 시점 선정을 잘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산투자를 할 만큼 자금규모가 크지 않고,업종 순환 매매가 강한 시장의 특성상 장기 보유이익을 얻지 못했다.
개인들의 투자성향은 주가가 오르면 팔고,내리면 사는 경향이 있어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뒤진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엔 개인들의 대형주 보유비중이 높아져 이런 우려가 사라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약점이 가려지고 있다. 최근의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보면 개인투자자들의 인해전술(人海戰術)이 외국인이나 기관을 묶어두는 경향이 있다. 걸리버조차도 어쩔수 없는 개인들의 인해전술은 프로그램매물과 같은 일시적 현상을 빼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들의 투자지식 수준이 높아졌고 이들에게 조언해주는 기관이 많아졌다고 하지만,과거와는 엄청나게 다른 선물·옵션 및 프로그램 매물과 같은 무기가 외국인과 기관에 있기 때문에,자금이라는 소형무기로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 두차례의 선거 등 증시에 영향을 많이 주는 행사들이 기다리고 있고,국제적으로는 아르헨티나 사태와 미국 경제의 회복여부,중국 경제의 동향이 장세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투자자들로서는 대형주를 중심으로한 중·소형주의 고른 분산투자와,급락위기를 견딜 수 있는 여유있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필요하다.
급등락 장세에서는 기회를 노리기 위한 현금보유가 필수적이다.
주가가 급등한다고 계속 증자,공급물량을 늘려 주가를 폭락시키는 상장기업들에 대해서는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
또 소유주만을 위하는 기업은 투자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주가가 급등했을 때 과도한 증자를 통해서 주가를 폭락시켰던 1989년과 2000년의 쓰라린 경험으로 족하다.
걸리버를 두려워하기보다 걸리버의 행동을 잘 보고 이용하는 투자전략이 필요하다.
정부정책도 부처간 갈등으로 시기를 놓치는 시장조치보다,투자자 보호와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간접적인 시장정책을 통해서 국제적 신인도를 높여야 한다.
모든 나라의 증권시장 정책은 약자인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증권시장의 선진화는 투자자 보호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kesopyu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