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여성부 출범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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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여성운동가 베티 프리단은 ''여성의 신비''(1968)에서 이렇게 썼다.
"그것은 묘한 동요이자 채워지지 않는 마음으로 20세기 중반을 사는 미국여성들을 괴롭혀 왔다.
주부들은 침실을 치우고 장을 보고 아이들의 과외활동을 따라다니면서 끝없이 갖게 되는 물음과 싸워야 했다.
''이것이 다란 말인가''"
프리단이 ''이름없는 병''으로 명명한 이같은 회의는 여성들의 경제적 사회적 자립을 위한 교육 확대와 취업을 위한 법률및 제도적 개선을 이끌어냈다.
이는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라는 결과를 가져왔고, 오늘날 여성의 능력을 인정하는 것이 남성과 사회 모두에 이익이라는 인식으로 발전했다.
여성계의 오랜 염원 끝에 탄생된 여성부가 29일로 출범 1주년을 맞는다.
1년새 모성보호 관련법을 개정하고 직장내 성희롱의 부당성을 확실하게 인식시키는 등 많은 일을 해냈다.
무엇보다 ''여성인력 활용이 국가 경쟁력''이라는 공감대를 조성한 건 큰 성과다.
실제로도 국가 인력개발 기본계획에 여성인력 부문이 포함됐고 첫 여성장군이 배출됐다.
물론 남은 과제는 많다.
근로여성의 70%가 비정규직이고 여성취업의 가장 큰 걸림돌인 보육문제도 그대로 있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뿌리 또한 아직 깊다.
그러나 겨우 1백명 규모에 구체적 집행수단이 없는 현 체제로 이런 난제를 처리하는 건 역부족이다.
장관및 실무자급 여성정책 조정회의 신설, 남녀차별 시정명령권 도입 등이 시급한 건 그 때문이다.
여성부(Ministry of Gender Equality)는 영문 명칭(성 평등부)에서 보듯 결코 여성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다.
여성의 사회 진출 증대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남성도 있다지만 한국 여성의 권한은 세계 64개국중 61위다.
영국의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이 여전히 크게 들리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민주주의 원칙이 옳다면 우리는 믿는 대로 실천해야 한다.
백인이 아닌 흑인,귀족이 아닌 평민으로 태어난 것이 그 사람의 위치를 결정해선 안되듯 여자로 태어난 것이 문제가 돼선 안될 것이다"(''여성의 예속''·1869).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