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바꿔야 '경제'가 산다] (3) '겉도는 산학협력'

"대학에 연구용역을 맡길때 솔직히 특별한 결과물을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기업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차원에서 대학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식품업체인 A사 연구소에 근무하는 김모 부장은 기업과 대학간 산학협동으로 별로 얻는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기초기술과 소재를 응용해 상품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신제품을 개발할때 대학 연구팀보다는 자체 연구소를 이용하는게 낫다"고 말했다. 투자한 만큼의 결과를 얻진 못하지만 '기업이미지 제고'라는 '부수입'에 만족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이 지원하는 대학 연구프로젝트는 '총수나 실세 최고경영자 등 회사의 높은 사람 인맥'을 타고 내려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맡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자업체인 B사도 대학과의 산학협력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R&D지원운용팀 그룹장인 L씨는 "핵심이 되고 시간을 다투는 프로젝트는 절대 대학에 맡기지 않는다"며 "연구과제에 대한 주인의식 결여가 일차적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요즘처럼 기술 발전속도가 빠른 때에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데 6개월에서 1년을 넘기면 안된다"며 "하지만 대학들은 인력이나 시설.기자재, 능력 등 어느 모로 보더라도 기업들의 수요를 제때에 맞추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대학이 기업의 프로젝트 발주와 자금지원을 학수고대하면서도 기업의 우수연구인력에 대해 문호개방을 꺼리는 '난센스'를 범하고 있는 것도 산학협력의 걸림돌로 꼽힌다. 김창경 한양대 공대 교수는 "산업체에서 수년간 일하며 현장경험을 쌓은 박사학위 취득자가 공대 교수로 임용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기업 경험을 가진 우수인력을 교수로 임용하는 산학 인력 교류부터 촉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산학 협력 활성화를 위해서는 우선 대학 커리큘럼 구성에서부터 기업이 적극 참여해 보다 현실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화학업체인 C사는 지난해 8월 한 국립대학의 이모 교수 연구팀에 30억원짜리 프로젝트를 발주하려다 법적 제도적인 문제로 낭패를 봤다. 당시 연구 프로젝트 담당 과장과 이 교수 사이에 실무적인 협의는 이미 끝난 상태였으나 계약 체결 막판에 이 회사 법무팀이 제동을 걸었다. 실제 연구는 대학 교수가 수행해도 연구 성과나 기밀 유지 등에 대한 법적 책임은 국가가 지도록 돼 있는 등 법적 계약 주체가 불명확하다는게 이유였다. 이처럼 대학 스스로가 기업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데다 법적 제도적 장치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보니 산학협력이 부진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박종만 한국산업기술평가원 기술확산본부장은 "대기업들이 해외 대학에는 몇십억원짜리 대규모 프로젝트를 맡겨도 국내 대학에는 맡기기를 꺼린다"고 전했다. 대학의 연구활동 내용이나 수준이 실제 산업체에서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들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