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환율전망] 엔화 '오리무중', 변동성 확대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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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잡을 수 없는 달러/엔 환율의 움직임이 서울 외환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달러/엔은 하루 1∼2엔 가량 위아래를 오가는 '오리무중' 상태다. 엔 약세 기조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은 유지되고 있으나 일본 정부관료의 발언과 국제금융시장의 시각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국내 외환시장의 수급도 순식간에 이동하면서 좀처럼 단기적인 추세를 붙잡아내기 어려운 상황이 연속되고 있다.
이번 주(2. 4∼2. 8) 환율은 달러/엔에 초점이 맞춰진 가운데 주식시장의 외국인 매매동향, 설날을 앞둔 자금수요 등이 변수로 지목되고 있다. 장중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기운이 이번주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점 매도와 저점 매수에 대한 의지가 상존하는 가운데 두 심리의 충돌지점에서 수급상황의 기울어짐에 따라 환율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설날을 앞둔 원화자금 수요가 있는 업체들의 보유물량 출회가 증대될 가능성이 커 외국인 주식순매수가 우세하다면 공급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주 환율은 장중 10원 가량 등락을 거듭하는 혼조장세가 계속됐다. 주초부터 월말을 앞두고 가중된 물량 부담으로 흘러내리던 환율은 후반 들어 반등하는 기운을 띠었다. 엔/원 환율은 일시적으로 970원대를 기록하는 등 주 후반 980원선에 도달했다.
◆ 전 고점 상향돌파 시도할 듯 =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7명을 대상으로 이번주 환율전망을 조사한 결과, 예상 환율의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306.88원, 고점은 1,326.29원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장중 저점인 1,305.10원, 고점인 1,326원과 큰 차이가 없다.
위쪽으로는 10명의 딜러가 지난주 물량공급이 상당했던 1,325원을 고점으로, 뒤를 이어 6명이 1,327∼1,330원을 상승의 한계로 전망했다. 소수의견으로 1명이 1,320원을 예상했다.
아래쪽으로는 1,305원을 저점으로 본다는 견해가 8명, 1,307∼1,310원이 같은 8명, 1명은 1,300원까지 내려선다는 견해가 있었다.
딜러들은 1,310원대를 주무대로 움직이는 가운데 1,300∼1,330원을 박스권으로 잡고 변동성 확대에 유념할 필요가 있음을 조언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달러/엔이 최근 134엔대를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속에 조정이 연장되고 외국인 주식순매수가 가미된다면 아래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운 장세가 예상됐다.
◆ 달러/엔과 수급 '복잡한 함수' = 달러/엔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럭비공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과 일본 정부의 환율 정책에 대한 발언뿐 아니라 경제지표나 정치상황, 국제금융시장에서의 평가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주 후반 시오카와 마사주로 일본 재무상이 엔화 급락에 대한 우려 발언을 한 데 이어 미국 제조업체의 강한 달러정책에 대한 거듭된 불만 토로, 일본의 3월 회계연도 결산을 앞둔 해외현지법인의 엔화 수요 등이 엔 약세폭과 속도를 제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엔화 약세 기조가 여전히 유효하지만 일시적인 조정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으며 조정폭도 쉽게 가늠하기 힘든 상태.
달러/원은 이에 따라 뉴욕장에서의 달러/엔 변동이 개장가에 반영되면 장중 수급상황의 발걸음을 좇을 것으로 예상된다. 환율 방향에 대한 컨센서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박상배 기업은행 딜러는 "달러/엔이나 수급이 복병처럼 포진해 있으면서 장중 트렌드를 종잡을 수 없게끔 만들고 있다"며 "당분간 시장이 안정되고 방향을 찾을 때까지 변동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한·일 양국간의 펀더멘털에 대한 뚜렷한 인식의 차이는 엔화 약세 속도와 폭만큼 원화가 따라붙지 않음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엔/원 환율은 100엔당 980원 밑으로 가면서 950원을 향하는 시작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견해.
수급은 장중 이동이 여전히 잦은 탓에 포지션을 길게 잡고 가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설날을 앞둔 기업 자금수요로 보유외화예금이 시장에 공급되면 공급우위는 유지될 전망이다. 외국인 주식매매동향은 순매수와 순매도를 오가고 주가 역시 마찬가지 혼조세라 감을 잡기가 쉽지 않다.
업체들은 대체로 1,320원대를 고점 매도 기회로 삼고 있으며 최근 1∼3개월 선물환거래에 많이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권 국민은행 딜러는 "수주나 수출 계약 등이 예정된 일부 기업들은 유동성이 있으면 선물환 매도쪽에 나서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선물환 매수-현물환 매도에 나서기 때문에 물량에 대한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