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독자생존론 다시 부상

하이닉스반도체의 독자생존론이 채권단 내부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인수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만큼 팔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독자생존론이 단순히 마이크론 인수조건에 대한 반발이나 D램가격 상승이란 외부환경에 의존하는 즉흥적인 대안이 돼서는 곤란하다는 신중한 지적도 적지 않다. 독자생존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채권단의 적극적인 추가지원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수정제안이 우선 대안=채권단은 마이크론이 제시한 양해각서(MOU)초안에 대해 우선 수정안을 제시키로 했다. 마이크론과 협상을 지속하는 것에 무게중심을 두겠다는 것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아직 MOU를 맺기 전이기 때문에 서로간 협상할 여지는 많다"며 "수정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마이크론이 요구한 15억달러의 신규자금지원,추가부실에 대비한 에스크로우계좌 입금,주식매각 제한 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채권단은 18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채권단의 입장을 정리,독소조항을 삭제하거나 부분 수정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이번 제안이 최종안이라고 밝혔었기 때문에 채권단이 수정제안을 통해 어느 정도 얻어낼 것인지는 미지수다. ◇독자생존론 급부상=채권단은 수정제안을 통한 협상을 지속하는 한편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당초 마이크론과의 협상이 예정에 없던 일인 만큼 본래 계획대로 하이닉스의 자구노력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추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D램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영업환경도 독자생존론에 무게를 실어주는 요인이다. 최근 1백28메가 D램의 고정거래가격은 4달러가량으로 올랐다. 작년 10월말 채권단이 채무재조정을 결의할 당시 올 평균 1달러로 잡았던 것에 비하면 4배가량 오른 상황이다. 더욱이 지난 주말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이 "독자생존도 가능하다"고 발언한데다 하이닉스 소액주주들까지 비상대책을 요구하는 등 독자생존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보다 냉철한 상황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단순히 최근 영업환경호전만으로 독자생존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은 이와 관련,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한다고 언급했다. 부채탕감 등 채권단의 추가적인 채무재조정과 시설개선을 위해 최소 1조원 규모의 자금지원이 이뤄져야한다는 것이다. 채권단의 고민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마이크론의 요구사항 수용과 하이닉스에 대한 직접 지원건을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마이크론의 요구를 수용하면 일단 문제가 정리는 되지만 헐값매각시비에 휘말리게 되고 하이닉스를 계속 끌고가면 은행들이 리스크를 안을 수밖에 없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