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일자) 무엇을 위한 은행법 개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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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그제 국회 재경위를 통과해 법사위로 넘겨진 은행법 개정안 내용을 보면 도대체 무엇을 위한 법개정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원래 동일인 주식보유한도를 현행 4%에서 10%로 확대한 법개정 취지는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자는 것인데,과거와 마찬가지로 4%를 넘는 산업자본의 은행지분에 대해선 의결권을 제한한다니 이래서야 어떻게 책임있는 은행경영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소유지분의 의결권 제한조치는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법적으로 위헌의 소지가 크다.
은행이 대주주의 사금고가 되는걸 방지하기 위해 견제장치를 두는건 이해할 수 있다.
대주주에 대한 여신한도를 자기자본의 25% 이내로 한정하고 그 여신내역을 분기별로 공시해야 하며,은행은 자지자본의 1% 범위내에서만 대주주가 발행한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는 대목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유지분에 대한 의결권 제한조치가 정당화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의결권이 제한된 빈 껍데기 지분을 매입해 보유할 기업이나 개인이 어디 있겠는가.
결국 소유지분 확대는 허울뿐 실제로는 확대하지 않은 것과 같은 셈이다.
은행법개정 소식이 증시에 아무런 자극을 주지 못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조만간 추진해야 할 은행 민영화 역시 지지부진할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공적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은 물론이고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강화를 기대하기 어려우며,더나아가 우리경제의 대외신인도 회복에도 악영향을 주게된다.
또한 4%를 넘는 은행지분에 대해선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금감위의 승인을 받으면 보유를 허용한다는 16조 2의 규정은 지극히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은행경영진 선임과 내부통제기준에 대해 까다롭게 규정한 23조와 24조를 외국계 은행에게는 적용하지 않도록 한 "역차별"도 자의적인 행정이긴 마찬가지다.
국가부도 사태라는 엄청난 재난을 겪고서도 이렇듯 관치금융의 망령이 극성을 부리고 있으니 정말 한심한 일이다.
국내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은행에 명실상부한 주인이 있어야 하며,그러자면 은행지분 소유제한을 풀고 대주주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점은 더이상 재론할 여지가 없다.
은행의 사금고화 방지는 관련규정과 감독강화로 충분하다고 본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국회는 제대로 된 은행법 개정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